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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지확장증 (아침 가래, 기도 청결, 섬모 파괴) 가래를 잘 뱉어내면 일상에 지장이 없다는 말, 믿어도 될까요? 저는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안도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그 말이 절반의 진실만 담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기관지확장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매일 아침 가래와 씨름하며 배운 것들을 있는 그대로 풀어보겠습니다.아침마다 마주하는 누런 가래, 그 정체폐 CT 사진을 처음 받아 들었던 날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기관지가 마치 군데군데 헐거워진 호스처럼 늘어져 있었고, 의사는 이것이 기관지확장증(Bronchiectasis)이라고 했습니다. 기관지확장증이란 기관지 벽을 구성하는 근육층과 탄력 섬유가 파괴되어 기도가 영구적으로 확장된 상태를 뜻합니다. 한번 늘어난 기관지는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이 진단보다 더 무겁게 가슴에 박혔습니다. 정.. 2026. 6. 17.
고환암 (완치율 함정, 생식성 상실, 재발 불안) 샤워를 마치고 몸을 닦다가 손끝에 뭔가 걸렸습니다. 왼쪽 고환 위에 작고 단단한 덩어리, 아프지도 않았고 눈에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처음에 그냥 넘겼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암이라는 게 이렇게 조용히 올 수 있다는 걸, 그 전까지는 몰랐으니까요.완치율 80%의 숫자가 말하지 않는 것병원에서 받은 진단명은 고환암, 정확히는 종자세포종양(Germ Cell Tumor)이었습니다. 여기서 종자세포종양이란 정자를 만들어내는 생식세포에서 암이 발생한 것으로, 전체 고환암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흔한 유형입니다. 의료진은 "완치율이 80%를 넘는 착한 암"이라고 했고, 저는 그 말을 믿고 싶었습니다. 근치적 고환절제술(Radical Orchiectomy)을 받았습니다. 근치적 고환절제술이.. 2026. 6. 17.
A형간염 (위생의 역설, 면역 공백, 백신 접종) 솔직히 저는 A형간염이 저와는 거리가 먼 질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위생을 철저히 챙기고, 길거리 음식도 가려 먹는 편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아침, 거울 속 제 눈은 노랗게 물들어 있었고 소변은 콜라색이었습니다. 청결에 대한 자신감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험이었습니다.위생의 역설, 깨끗해서 더 위험해진 성인들제가 처음 A형간염 진단을 받았을 때 의사에게 가장 먼저 한 말이 "저 손 씻기 잘 하는데요"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좀 웃기기도 하지만, 당시엔 진심으로 억울했습니다. 그런데 의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오히려 제가 너무 깨끗하게 자란 것이 문제라는 걸 알았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위생의 역설(Hygiene Paradox)'이란, 환경이 지나치게 청결해지면서 소아기에 자연스럽게 획득했어야 할 면역 기회가.. 2026. 6. 16.
변실금 (장뇌골반축, 절박실금, 골반저재활) 화장실을 눈앞에 두고 도저히 참지 못한 경험, 살면서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저는 그 경험이 일회성이 아니라 일상이 되어버렸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변실금은 단순히 참는 힘이 약해진 문제가 아닙니다. 뇌와 장, 골반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 시스템 전체가 흔들릴 때 일어나는 복합적인 신호입니다. 기계적으로 근육을 조이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참는 힘이 무너지는 진짜 맥락길을 걷다가 갑자기 밀려드는 강한 변의, 화장실까지 도저히 버틸 수 없을 것 같은 절박함. 절박 실금(Urge Incontinence)이라고 부르는 이 증상은 항문 괄약근의 힘만 약해져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절박 실금이란 강한 변의가 갑작스럽게 찾아와 화장실에 도달하기 전에 변이 새어 나오는 형태를 .. 2026. 6. 16.
여드름 (상주균, 대사 신호, 피부 장벽) 사춘기를 지난 성인 여성의 약 50%가 여전히 여드름을 경험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저도 그 숫자 안에 한동안 갇혀 있었습니다. 턱선을 따라 고집스럽게 자리를 잡은 붉은 구진들을 보면서, 이게 왜 아직도 나타나는지 오랫동안 이유를 몰랐습니다.여드름 상주균, 진짜 적은 따로 있었습니다여드름을 처음 제대로 들여다보게 된 건 스스로 피부를 너무 혹독하게 다룬 뒤였습니다. 저는 여드름을 오염으로 보고, 독한 살균 성분으로 피부를 닦아냈습니다. 그러다 함몰 흉터가 생기고 나서야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때 처음 알게 된 것이 큐티바게리움 아크네스(Cutibacterium acnes)의 실제 역할입니다. 여기서 큐티바게리움 아크네스란 모든 사람의 모낭 안에 평생 함께 사는 피부 상주균으로, 정상 상태에서.. 2026. 6. 15.
안종양 (혈액망막장벽, 후성유전학, 전신대사) 솔직히 저는 눈에 종양이 생겼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그게 그냥 눈만의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의사가 '안종양'이라는 단어를 꺼내던 그 순간, 제 머릿속에 떠오른 건 오직 하나였습니다. "잘라내면 되는 거 아닌가?" 그게 얼마나 좁은 생각이었는지, 치료를 받으면서 조금씩 알게 됐습니다.시야의 모퉁이에서 시작된 이상 신호처음 이상을 느낀 건 책을 읽다가였습니다. 글자의 오른쪽 끝이 희미하게 일그러져 보이는데, 처음에는 그냥 눈 피로겠거니 넘겼습니다. 며칠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그 흐릿한 영역이 조금씩 중심으로 번져 들어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안과에서 정밀 검사를 받았습니다. 도상 검안경(indirect ophthalmoscope)이라는 장비로 망막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보는 검사였는데, 여기서 .. 2026.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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