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66 고칼슘혈증 (이온화 칼슘, PTHrP, 턱골 괴사) 솔직히 저는 칼슘제를 많이 먹으면 뼈가 튼튼해진다고 단순하게 믿었습니다. 어머니 골밀도가 떨어진다는 진단을 받던 날, 고민 없이 칼슘제와 비타민 D 보충제를 대량으로 사다 놓았습니다. 그 선택이 어머니를 응급실로 데려가는 출발점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혈액 속 칼슘이 넘쳐나는 고칼슘혈증은 영양제 문제가 아니라, 암의 서막일 수 있다는 사실을 저는 그렇게 배웠습니다.이온화 칼슘이 숨기는 것들, 진단의 함정어머니가 처음 이상 증세를 보였을 때 저는 그냥 노화라고 생각했습니다. 밥을 조금 먹어도 속이 더부룩하다, 온몸이 모래주머니를 단 것처럼 무겁다, 물을 아무리 마셔도 갈증이 가시질 않는다. 지금 돌이켜보면 전부 교과서에 나오는 고칼슘혈증 증상인데, 그때 저는 그냥 흘려들었습니다. 결정적인 날은 어머.. 2026. 6. 8. 고관절 전치환술 (응력 차폐, 골용해, 재치환술) 인공 관절을 심으면 다 끝나는 걸까요? 아버지가 수술 후 지팡이를 버리던 날, 저는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 뒤 정기 검진실에서 마주한 엑스레이 필름은 그 믿음을 조용히 부수었습니다. 수술은 성공이었지만, 그 뒤로 아버지의 뼈는 스스로 녹아내리고 있었습니다.아버지의 절뚝이는 걸음이 가르쳐준 것아버지의 고관절 이상을 처음 눈치챈 건 퇴근 후 현관문을 들어설 때였습니다. 사타구니를 움켜쥐며 나지막하게 내뱉는 신음 소리가 그냥 피로라고 넘기기엔 너무 규칙적이었습니다. 결국 병원 방사선 사진에서 확인된 진단은 대퇴골두 골괴사(Avascular Necrosis of the Femoral Head) 말기였습니다. 여기서 대퇴골두 골괴사란 허벅지 뼈 윗부분인 대퇴골두로 가는 혈류가 차단되어 뼈 세포가 죽고 .. 2026. 6. 8. 감염심내막염 (판막 손상, 항생제 역설, 인공판막 재감염) 심장에 세균이 산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처음에 그게 무슨 뜻인지조차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균을 잡으면 끝나는 병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직접 겪어보니 그게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뼈저리게 알게 되었습니다. 균을 죽이는 과정이 오히려 몸 전체를 무너뜨리는 아이러니, 그 한복판을 저는 실제로 통과했습니다.심장 안에서 시작된 전쟁, 그 시작을 알아채지 못했던 이유서른을 갓 넘겼을 때였습니다. 조금 피곤하고, 밤마다 열이 났습니다. 그냥 과로겠거니 했습니다. 감기약을 달고 살아도 낫지 않고, 계단 몇 칸에 숨이 턱까지 차오르던 날, 불안한 마음에 대학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화면 가득 초음파 영상을 보여주며 의사가 가리킨 것은, 제 심장 판막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세균 덩어리였습니다. 진단명은 감염심내.. 2026. 6. 7. 간접흡연 (부류연, 발암물질, 금연문화) 담배를 한 번도 피운 적 없는데 폐암 진단을 받을 수 있다는 말, 설마 과장이라고 생각하셨습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뀐 건 아이를 응급실에 데려간 그날 밤이었습니다. 아파트 어딘가에서 흘러들어온 담배 연기가 결국 한밤중의 응급실 침대로 이어졌습니다.필터 없이 몸으로 들어오는 독: 부류연의 실체제가 처음 간접흡연의 심각성을 실감한 건 냄새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욕실 환풍구와 베란다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퀴퀴한 연기를 맡으며 단순히 불쾌하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의학 자료를 찾아보고 나서 전혀 다른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간접흡연은 크게 두 가지 연기로 구성됩니다. 흡연자가 들이마셨다가 입과 코로 내뱉는 연기를 주류연(Mainstream Smoke)이라고 합니다. 주류연이란 흡.. 2026. 6. 7. 경부 종괴 (80%의 법칙, 림프절 전이, 미세침 흡인 검사) 뒷목을 주무르다 손끝에 작은 돌멩이 같은 게 걸렸을 때, 저는 솔직히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피곤하면 임파선이 좀 붓는다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이니까요. 그런데 소염제를 먹고 3주가 지나도 그 혹은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조금씩 커지고 있었습니다. 목에 생기는 혹, 즉 경부 종괴는 "대부분 별것 아니다"라는 말과 "80%가 암일 수 있다"는 통계가 동시에 존재하는 영역입니다. 어느 쪽 말을 믿어야 하는지, 제 경험을 토대로 실제 데이터와 함께 풀어보겠습니다.80%의 법칙: 목의 혹이 그냥 넘어가면 안 되는 이유의학계에서 경부 종괴를 다룰 때 반드시 등장하는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80%의 법칙(Rule of 80)입니다. 여기서 80%의 법칙이란, 선천성 기형이나 단순 감염을 제외한 성인의 .. 2026. 6. 6. 간농양 (침투 경로, 클렙시엘라균, 내성균 위협) 열이 39도를 넘어도 저는 처음엔 그냥 버텼습니다. 마감 원고를 밤새 쓰고 나서 찾아온 오한이라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사흘째 되던 날 오른쪽 윗배에서 시작된 묵직하고 기분 나쁜 통증이 숨을 쉴 때마다 갈비뼈 안쪽을 짓눌렀고, 응급실에서 받아든 CT 사진에는 간 한가운데 커다란 고름 주머니가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그게 제 간농양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80%가 망가질 때까지 침묵하는 간, 그 안에 쌓이는 고름의 정체간은 흔히 '침묵의 장기'라고 불립니다. 대사와 해독을 전담하는 이 거대한 화학 공장은 조직의 상당 부분이 손상되기 전까지 통증 신호를 거의 보내지 않습니다. 간농양(Liver Abscess)은 바로 이 침묵을 틈타 자라는 질환입니다. 세균이나 기생충이 간 조직 안으로 침투해 고름 주머니.. 2026. 6. 6. 이전 1 ··· 12 13 14 15 16 17 18 ··· 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