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78 신경과 (뇌졸중, 골든타임, IONM) 솔직히 저는 신경과를 '심한 두통이 있을 때 가는 곳' 정도로만 알았습니다.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깨닫게 된 건, 어느 날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다가 세상이 통째로 뒤집히는 듯한 현기증을 경험하고 나서였습니다. 단순한 빈혈이겠거니 했지만, 물체가 두 개로 겹쳐 보이는 복시 증상까지 나타나자 그제야 제 몸에 뭔가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직감했습니다.뇌졸중 골든타임, 초 단위로 결정되는 평생응급실을 거쳐 신경과 진료실에 도착했을 때, 교수님이 하신 첫 번째 행동은 제 눈동자의 움직임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것이었습니다. 손가락을 따라가게 하고, 반사 신경을 확인하고, 걸음걸이를 살펴보는 그 과정이 저는 처음엔 단순한 루틴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건 신경학적 국소화(Locali.. 2026. 4. 17. 외과 (복강경 수술, 레지던트, 적자 구조) 충수염 진단 후 응급 수술대에 오른 날, 저는 처음으로 외과가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오른쪽 아랫배를 찌르는 통증이 허리를 펴지 못할 정도로 심해지기 전까지, 외과 의사는 제 세계와 아무 관련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글은 환자로 수술대에 누워본 경험과 외과 레지던트 후배의 이야기를 통해 외과의 실제 민낯을 정리한 것입니다.배를 열지 않고 고친다는 것: 복강경 수술의 원리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담당 외과 전문의 선생님이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배에 작은 구멍 세 개만 뚫을 겁니다. 내일이면 걸어 다니실 거예요." 그 말이 처음엔 믿기지 않았는데, 전신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정말로 통증은 사라져 있었고 제 배에는 작은 구멍 세 개만 남아 있었습니다. 이 방식이 바로 복강경 수술.. 2026. 4. 17. 내과 (항상성, 비침습적 중재술, 복합 질환) 몇 년 전, 저는 원인도 모른 채 체중이 빠지고 물을 아무리 마셔도 갈증이 가시지 않는 상태를 그냥 버텼습니다. 피로 때문이겠거니 하고 고카페인 음료로 때웠는데, 어느 날 갑자기 구토와 어지럼증이 몰려오면서 정신을 잃을 뻔했습니다. 그제야 내과 문을 두드렸고, 혈당 수치를 보고 제 스스로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내과는 그렇게, 몸이 무너지기 전에 먼저 알아채는 곳이었습니다.몸이 보내는 신호, 항상성이 무너질 때 나타납니다내과에서 가장 먼저 배운 개념이 바로 항상성(Homeostasis)이었습니다. 항상성이란 체온, 혈당, 혈압, 혈액 산성도 같은 인체의 핵심 수치들이 일정 범위 안에서 유지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사람의 몸은 이 균형이 조금만 무너져도 이상 신호를 보내기 시작하는데, 문제는 그 신호를 많은 .. 2026. 4. 16. 가정의학과 (만성질환 관리, 다약제 복용, 주치의) 몸이 어디가 안 좋은지 정확히 모르겠는데 어딘가 계속 불편한 느낌, 다들 한 번쯤 겪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서른 중반 어느 날, 아침마다 손발이 붓고 점심 이후에는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집중이 안 되는 상태가 이어졌습니다. 결국 집 앞 가정의학과 문을 두드렸고, 그곳에서 제 삶의 궤도를 완전히 다시 설정하게 되었습니다.만성질환 관리, 수치가 말해주는 것들혹시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고 "정상 범위 내"라는 문구 하나만 믿고 서랍에 넣어둔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가정의학과에서 처음으로 종합 혈액 대사 지표(Comprehensive Metabolic Panel) 검사를 받았을 때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여기서 종합 혈액 대사 지표란 혈당, 간 기능, 신장 기능, 전해질 등을 한꺼번에 측정.. 2026. 4. 16. 안과 (시력교정술, 안검하수, 성형안과)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안과를 그냥 '안경 도수 맞추는 곳'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직접 시력교정술을 받고, 이모님의 안검하수 수술까지 곁에서 지켜보고 나서야 안과가 얼마나 넓고 깊은 분야인지를 실감했습니다. 눈 때문에 일상이 무너지고 있다면, 이 글이 조금이나마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시력교정술, 레이저로 세상의 초점을 다시 맞추다초등학교 때부터 안경을 쓴 저는 고도근시로 분류되는 -7디옵터 수준이었습니다. 디옵터(Diopter)란 렌즈의 굴절력을 나타내는 단위로, 숫자가 클수록 시력 교정이 필요한 정도가 심하다는 뜻입니다. 아침마다 안경을 더듬어 찾고, 운동할 때마다 흘러내리는 안경을 고쳐 쓰는 생활이 20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결국 결심했습니다. 라식,.. 2026. 4. 15. 피부과의 진실 (시진, 정신피부학, 미용의학) 점을 빼러 피부과에 갔다가 의사에게 "이건 점이 아닙니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얼굴에 수십 개의 점을 빼겠다고 피부과 전문의 의원을 찾았던 날, 원장님은 제 얼굴을 꼼꼼히 살피더니 "점만 있는 게 아니라 편평사마귀랑 잡티가 섞여 있다"라고 짚어냈습니다. 그 한마디가 피부과를 다시 보게 된 계기였습니다.눈으로 진단하는 의학, 시진의 깊이와 한계피부과는 임상 과목 중에서도 유독 시진(視診)의 비중이 높은 분야입니다. 여기서 시진이란 의사가 영상 장비 없이 육안으로 병변을 직접 확인하고 판단하는 진단 행위를 말합니다. X-ray나 CT에 의존하는 비율이 다른 과에 비해 현저히 낮고, 의사의 눈과 경험이 진단의 핵심이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 2026. 4. 15. 이전 1 2 3 4 ···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