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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심내막염 (판막 손상, 항생제 역설, 인공판막 재감염) 심장에 세균이 산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처음에 그게 무슨 뜻인지조차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균을 잡으면 끝나는 병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직접 겪어보니 그게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뼈저리게 알게 되었습니다. 균을 죽이는 과정이 오히려 몸 전체를 무너뜨리는 아이러니, 그 한복판을 저는 실제로 통과했습니다.심장 안에서 시작된 전쟁, 그 시작을 알아채지 못했던 이유서른을 갓 넘겼을 때였습니다. 조금 피곤하고, 밤마다 열이 났습니다. 그냥 과로겠거니 했습니다. 감기약을 달고 살아도 낫지 않고, 계단 몇 칸에 숨이 턱까지 차오르던 날, 불안한 마음에 대학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화면 가득 초음파 영상을 보여주며 의사가 가리킨 것은, 제 심장 판막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세균 덩어리였습니다. 진단명은 감염심내.. 2026. 6. 7.
간접흡연 (부류연, 발암물질, 금연문화) 담배를 한 번도 피운 적 없는데 폐암 진단을 받을 수 있다는 말, 설마 과장이라고 생각하셨습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뀐 건 아이를 응급실에 데려간 그날 밤이었습니다. 아파트 어딘가에서 흘러들어온 담배 연기가 결국 한밤중의 응급실 침대로 이어졌습니다.필터 없이 몸으로 들어오는 독: 부류연의 실체제가 처음 간접흡연의 심각성을 실감한 건 냄새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욕실 환풍구와 베란다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퀴퀴한 연기를 맡으며 단순히 불쾌하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의학 자료를 찾아보고 나서 전혀 다른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간접흡연은 크게 두 가지 연기로 구성됩니다. 흡연자가 들이마셨다가 입과 코로 내뱉는 연기를 주류연(Mainstream Smoke)이라고 합니다. 주류연이란 흡.. 2026. 6. 7.
경부 종괴 (80%의 법칙, 림프절 전이, 미세침 흡인 검사) 뒷목을 주무르다 손끝에 작은 돌멩이 같은 게 걸렸을 때, 저는 솔직히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피곤하면 임파선이 좀 붓는다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이니까요. 그런데 소염제를 먹고 3주가 지나도 그 혹은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조금씩 커지고 있었습니다. 목에 생기는 혹, 즉 경부 종괴는 "대부분 별것 아니다"라는 말과 "80%가 암일 수 있다"는 통계가 동시에 존재하는 영역입니다. 어느 쪽 말을 믿어야 하는지, 제 경험을 토대로 실제 데이터와 함께 풀어보겠습니다.80%의 법칙: 목의 혹이 그냥 넘어가면 안 되는 이유의학계에서 경부 종괴를 다룰 때 반드시 등장하는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80%의 법칙(Rule of 80)입니다. 여기서 80%의 법칙이란, 선천성 기형이나 단순 감염을 제외한 성인의 .. 2026. 6. 6.
간농양 (침투 경로, 클렙시엘라균, 내성균 위협) 열이 39도를 넘어도 저는 처음엔 그냥 버텼습니다. 마감 원고를 밤새 쓰고 나서 찾아온 오한이라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사흘째 되던 날 오른쪽 윗배에서 시작된 묵직하고 기분 나쁜 통증이 숨을 쉴 때마다 갈비뼈 안쪽을 짓눌렀고, 응급실에서 받아든 CT 사진에는 간 한가운데 커다란 고름 주머니가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그게 제 간농양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80%가 망가질 때까지 침묵하는 간, 그 안에 쌓이는 고름의 정체간은 흔히 '침묵의 장기'라고 불립니다. 대사와 해독을 전담하는 이 거대한 화학 공장은 조직의 상당 부분이 손상되기 전까지 통증 신호를 거의 보내지 않습니다. 간농양(Liver Abscess)은 바로 이 침묵을 틈타 자라는 질환입니다. 세균이나 기생충이 간 조직 안으로 침투해 고름 주머니.. 2026. 6. 6.
프로아나 현상 (거식증, 신체이미지왜곡, 회복) SNS 피드를 내리다가 뼈마디가 도드라지는 사진 아래 수백 개의 '좋아요'가 달린 장면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도 처음엔 그냥 스크롤을 넘겼습니다. 그런데 제 가까운 지인 수진이(가명)가 그 피드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걸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그게 단순한 다이어트 열풍이 아니라는 걸 온몸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프로아나가 무엇인지, 거식증이 신체에 무슨 일을 벌이는지, 그리고 이 문제를 사회가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마름을 권하는 문화, 프로아나가 자라나는 토양프로아나(Pro-ana)란 찬성을 뜻하는 'Pro'와 거식증을 뜻하는 'Anorexia'를 합친 신조어입니다. 쉽게 말해 거식 행위를 질병으로 보지 않고 의지력의 성취나 소속 문화로 소비하는 온라인 현상을 가리킵니다. 처음 .. 2026. 6. 5.
강직척추염 (조기진단, 생물학적제제, 운동요법) 아침에 일어날 때 허리가 뻣뻣한 경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대부분은 '어젯밤에 잘못 잤나 보다' 하고 넘어가죠. 제 친구 민우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 뻣뻣함이 몇 달째 계속되고, 오히려 움직일수록 통증이 가라앉는 이상한 패턴이 반복되면서 뭔가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결국 그 통증의 정체는 강직척추염이었고, 저는 가까이서 그 투병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습니다.조기진단이 척추를 지키는 이유민우가 처음 찾은 동네 병원에서는 단순 근육통이라고 했습니다. 물리치료를 받아도 나아지지 않아 결국 대학병원 류마티스내과를 찾았고, 거기서 MRI 검사와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강직척추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제가 직접 옆에서 봤는데, 진단명을 듣는 순간 민우 얼굴이 굳어버리던 게 아직도 기억납니다. 강.. 2026.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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