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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 (항상성, 비침습적 중재술, 복합 질환) 몇 년 전, 저는 원인도 모른 채 체중이 빠지고 물을 아무리 마셔도 갈증이 가시지 않는 상태를 그냥 버텼습니다. 피로 때문이겠거니 하고 고카페인 음료로 때웠는데, 어느 날 갑자기 구토와 어지럼증이 몰려오면서 정신을 잃을 뻔했습니다. 그제야 내과 문을 두드렸고, 혈당 수치를 보고 제 스스로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내과는 그렇게, 몸이 무너지기 전에 먼저 알아채는 곳이었습니다.몸이 보내는 신호, 항상성이 무너질 때 나타납니다내과에서 가장 먼저 배운 개념이 바로 항상성(Homeostasis)이었습니다. 항상성이란 체온, 혈당, 혈압, 혈액 산성도 같은 인체의 핵심 수치들이 일정 범위 안에서 유지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사람의 몸은 이 균형이 조금만 무너져도 이상 신호를 보내기 시작하는데, 문제는 그 신호를 많은 .. 2026. 4. 16.
가정의학과 (만성질환 관리, 다약제 복용, 주치의) 몸이 어디가 안 좋은지 정확히 모르겠는데 어딘가 계속 불편한 느낌, 다들 한 번쯤 겪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서른 중반 어느 날, 아침마다 손발이 붓고 점심 이후에는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집중이 안 되는 상태가 이어졌습니다. 결국 집 앞 가정의학과 문을 두드렸고, 그곳에서 제 삶의 궤도를 완전히 다시 설정하게 되었습니다.만성질환 관리, 수치가 말해주는 것들혹시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고 "정상 범위 내"라는 문구 하나만 믿고 서랍에 넣어둔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가정의학과에서 처음으로 종합 혈액 대사 지표(Comprehensive Metabolic Panel) 검사를 받았을 때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여기서 종합 혈액 대사 지표란 혈당, 간 기능, 신장 기능, 전해질 등을 한꺼번에 측정.. 2026. 4. 16.
안과 (시력교정술, 안검하수, 성형안과)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안과를 그냥 '안경 도수 맞추는 곳'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직접 시력교정술을 받고, 이모님의 안검하수 수술까지 곁에서 지켜보고 나서야 안과가 얼마나 넓고 깊은 분야인지를 실감했습니다. 눈 때문에 일상이 무너지고 있다면, 이 글이 조금이나마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시력교정술, 레이저로 세상의 초점을 다시 맞추다초등학교 때부터 안경을 쓴 저는 고도근시로 분류되는 -7디옵터 수준이었습니다. 디옵터(Diopter)란 렌즈의 굴절력을 나타내는 단위로, 숫자가 클수록 시력 교정이 필요한 정도가 심하다는 뜻입니다. 아침마다 안경을 더듬어 찾고, 운동할 때마다 흘러내리는 안경을 고쳐 쓰는 생활이 20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결국 결심했습니다. 라식,.. 2026. 4. 15.
피부과의 진실 (시진, 정신피부학, 미용의학) 점을 빼러 피부과에 갔다가 의사에게 "이건 점이 아닙니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얼굴에 수십 개의 점을 빼겠다고 피부과 전문의 의원을 찾았던 날, 원장님은 제 얼굴을 꼼꼼히 살피더니 "점만 있는 게 아니라 편평사마귀랑 잡티가 섞여 있다"라고 짚어냈습니다. 그 한마디가 피부과를 다시 보게 된 계기였습니다.눈으로 진단하는 의학, 시진의 깊이와 한계피부과는 임상 과목 중에서도 유독 시진(視診)의 비중이 높은 분야입니다. 여기서 시진이란 의사가 영상 장비 없이 육안으로 병변을 직접 확인하고 판단하는 진단 행위를 말합니다. X-ray나 CT에 의존하는 비율이 다른 과에 비해 현저히 낮고, 의사의 눈과 경험이 진단의 핵심이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 2026. 4. 15.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검진, 과잉진단, 예방의학)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 들고 가슴이 철렁했던 경험, 한 번쯤은 있으시지 않습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 불안이 꼭 필요한 것인지, 혹시 과도한 것은 아닌지 따져본 적은 없었습니다. 집 근처 한국건강관리협회를 드나들면서 비로소 그 질문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60년의 역사가 만든 검진 시스템, 무엇이 달라졌나매일 아침 출근길에 건물 앞을 지나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안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다들 무슨 마음으로 왔을까. 아픈 것 같아서? 그냥 국가에서 시켜서? 솔직히 저는 후자에 가까웠습니다. '공짜니까 한번 받아보자'는 심정으로 처음 문을 두드렸으니까요. 한국건강관리협회는 1964년 '기생충박멸협회'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습니다. 당시 한국인의 기생충 감염률은 90%에 육박했고, 이를 박멸하.. 2026. 4. 15.
질병관리청 (바이오 빅데이터, 보건 불평등, 방역 딜레마) 솔직히 저는 질병관리청을 꽤 오랫동안 그냥 '독감 예보 알려주는 기관'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보건학을 공부하면서도 그랬습니다. 그러다 대학 동기 민석의 이야기를 곁에서 지켜보게 됐고, 그때서야 이 기관이 얼마나 촘촘하게 사람의 삶에 맞닿아 있는지를 실감했습니다. 동시에, 정교해지는 정책이 어떤 새로운 균열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도 함께 생각하게 됐습니다.바이오 빅데이터가 구하는 삶, 그리고 그 뒷면민석은 1년 넘게 병명도 모른 채 병원을 떠돌았습니다. 제가 옆에서 본 민석의 '진단 방랑'은 단순한 의료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검사비가 쌓이면서 가세가 기울었고, 뭔지도 모를 병과 싸우는 동안 사람들과의 관계도 조금씩 끊겼습니다. 그러다 질병관리청이 지정한 희귀 질환 전문기관에서 마침내 진단을 받은 날, .. 2026.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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