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92 유비저 (한반도 토착화, 세포 내 잠복, 항생제 내성) 치사율 50%. 유비저(Melioidosis)라는 병명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이 숫자가 과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024년 가을, 중환자실 유리창 너머로 고농도 산소마스크를 쓴 채 숨을 몰아쉬는 환자의 피부에 가득 찬 화농성 고름 주머니들을 마주한 뒤로는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동남아에서 흙과 물을 맨몸으로 만졌을 뿐인데, 한 사람의 삶 전체가 위태로워지는 현장이었습니다.유비저균의 한반도 토착화: '해외 유입'이라는 말의 함정유비저를 일으키는 버크홀데리아 슈도말레이(Burkholderia pseudomallei)균은 태국 북동부에서 지역사회 패혈증의 20%, 치명적 폐렴의 36%를 유발할 만큼 그 지역에서는 악명 높은 풍토균입니다(출처: 질병관리청). 대한민국은 현재까지 자국 토.. 2026. 7. 5. 턱관절 장애 (복합 증상, 중추 감작, 통합 치료) 턱이 아프면 치과에 가면 된다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겪어보니, 턱관절 장애는 귀 앞 관절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계와 정서, 전신이 얽혀 만들어내는 복합 질환이었습니다. 서양인의 75%에서 징후가 발견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만큼 흔하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까지의 길은 생각보다 훨씬 멀었습니다.턱이 아픈 건데 왜 두통까지 오는 걸까요턱관절 장애(TMD)가 처음 찾아왔을 때, 저는 단순히 근육이 뭉친 거라 여겼습니다. 아침마다 턱 주변이 돌처럼 굳어 있고, 하품할 때마다 귀 앞에서 모래 갈리는 소리가 났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오른쪽 뺨을 타고 관자놀이까지 찌르는 두통이 번지기 시작했고, 그제야 이게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는 걸 직.. 2026. 7. 5. 아이 저신장 (저신장 기준, 성장호르몬, 정서 안정) 솔직히 저는 '저신장'이라는 말을 아주 오랫동안 단순히 '키가 작은 것'이라고만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웃집 민우를 10년 가까이 곁에서 지켜보면서, 그 말 뒤에 얼마나 많은 의학적 층위와 부모의 속앓이가 쌓여 있는지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같은 연령·같은 성별 100명 중 하위 3% 미만에 해당해야 비로소 '저신장'으로 분류된다는 기준 하나만 알아도, 막연한 불안이 훨씬 정리됩니다.저신장 기준과 성장호르몬 치료의 실제민우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던 해, 반 친구들과의 키 차이가 머리 하나 이상으로 벌어졌습니다. 제가 그 모습을 처음 본 날은 운동회 날이었는데, 가장 작은 번호표를 달고 맨 앞에 선 민우의 뒷모습이 어찌나 안쓰럽던지 지금도 선합니다. 그때 민우 부모님이 결국 소아청소년과 성장 클리닉.. 2026. 7. 4. 열상 응급처치 (압박 지혈, 세척 프로토콜, 지연 봉합) 삼촌이 예초기 날을 교체하다 팔이 찢어졌을 때, 저는 옆에서 그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습니다. 피를 빨리 멈춰야 한다는 생각에 수건으로 무작정 꽉 누르던 그 장면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일반적으로 열상이 생기면 강하게 압박하고 흐르는 물로 씻은 뒤 빨리 꿰매면 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그 믿음 때문에 상처가 더 나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글은 그날 삼촌이 겪은 일을 바탕으로, 우리가 무심코 따르는 응급처치 상식을 다시 검증해 본 기록입니다.압박 지혈, 무조건 세게 누르면 될까요삼촌 만수 씨가 오른쪽 전완부에 열상(Laceration)을 입던 날, 제가 가장 먼저 목격한 건 그가 작업실 구석에서 먼지 묻은 수건을 집어 드는 장면이었습니다. 여기서 열상이란 날카로운 날에 매끄럽게 베이는 절상(.. 2026. 7. 4. 정상노화 (노화 징표, 생물학적 나이, 건강수명) 솔직히 저는 어머니가 흙포대를 들다 허리를 펴며 내쉬는 그 짧은 신음을 한동안 그냥 흘려들었습니다. 일흔이 되면 당연히 그러려니 했으니까요. 그런데 핵의학과 검진 결과지를 받아든 날, 제가 무심코 넘겼던 그 변화들이 사실 아주 정밀한 생물학적 언어로 쓰인 신호였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정상노화가 무엇인지, 어디서 끝나고 질병이 시작되는지, 그리고 우리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정리했습니다.어머니의 텃밭이 절반으로 줄어든 이유마당 한구석 텃밭을 삶의 중심으로 삼아온 저희 어머니 영자 씨는 올해 일흔이 됐습니다. 봄마다 흙포대를 번쩍 들어 올리던 어깨가 어느 해부턴가 조금씩 완만해졌고, 고추 모종을 심으려고 쪼그려 앉았다 일어설 때마다 나직한 신음이 따라붙었습니다. 처음엔 저도 그냥 "나이 드.. 2026. 7. 3. 항문 가려움증 (과잉위생, 긁음악순환, 장벽회복) 솔직히 저는 한동안 이 주제를 그냥 '위생 문제'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 친구 정우 씨 이야기를 들으면서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항문 가려움증, 즉 항문소양증은 씻지 않아서 생기는 병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열심히 씻어서 생기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원인과 메커니즘을 제대로 알아야 이 지독한 고리를 끊을 수 있습니다.깨끗하게 닦을수록 왜 더 가려워질까 — 과잉 위생의 역설정우 씨는 삼십 대 중반의 꼼꼼한 직장인이었습니다. 항문 주변이 화끈거리고 짓무르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자, 그가 내린 첫 번째 결론은 "더 깨끗하게 씻자"였습니다. 매번 비누 거품을 내어 항문을 빡빡 문질렀고, 샤워기 수압도 세게 틀었습니다. 누가 봐도 당연한 반응이었지만, 상태는 나날이 악화됐습니다.그 이유가 뭐냐고요?.. 2026. 7. 3. 이전 1 ··· 24 25 26 27 28 29 30 ··· 6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