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92 동네 보건소 (진료 연속성, 장비 표준화, 하이브리드 전략) 솔직히 저는 보건소를 단순히 '싸게 예방주사 맞는 곳'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어릴 적 어머니 손에 이끌려 울며 갔던 그곳이, 10년 넘게 재난 응급의료 현장을 지켜온 지금의 제 눈에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지역보건법 제10조에 근거하여 설치된 보건소는 단순 진료 기관이 아니라 지역 전체의 건강 관리 시스템을 책임지는 행정 기관입니다. 하지만 이런 보건소에도 분명한 한계와 리스크가 존재합니다.진료 연속성 문제와 인력 구조의 현실보건소 진료를 받다 보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현실이 바로 '담당 의사 선생님이 자주 바뀐다'는 점입니다. 제가 현재 이용 중인 인천 서구 보건소 통합진료실에서도 이 문제를 직접 경험했습니다. 특히 군 단위나 오지 보건소의 경우 공중보건의사(공보의) 비중이 높은데, 이들의.. 2026. 6. 2. 지혈법 (골든타임, 지혈대, 감염) 살면서 가장 공포스러운 색깔을 꼽으라면 저는 망설임 없이 깊은 상처에서 솟구치는 선홍색 피라고 말할 것입니다. 우리 몸의 혈액은 체중의 약 7~8%를 차지하는데, 이 중 20%만 소실되어도 생명은 경각에 달리는 저혈량성 쇼크에 빠집니다. 저는 군 시절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구급법 훈련을 통해 이 붉은 선을 지키는 법을 배웠고, 그 배움이 훗날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결정적 열쇠가 되었습니다.골든타임을 사수하는 지혈의 원리와 실전 단계지혈은 단순히 피를 닦는 것이 아니라, 손상된 혈관을 막아내는 인체 리모델링 과정입니다. 혈관이 손상되면 가장 먼저 혈소판 마개가 형성되고, 이후 10가지 이상의 응고인자가 작용하여 피브린(섬유소)이라는 끈적한 그물을 만들어 상처를 완전히 봉쇄합니다. 심한 동맥 출혈의 경우 .. 2026. 6. 2. 운동복 (기능성 소재, 힙합 문화, 아틀레저) 운동할 때만 꺼내 입는 옷이라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한때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가까운 친구가 취업 공백기를 트레이닝복 한 벌로 버텨내는 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운동복이 단순한 체육복이 아니라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소재의 과학부터 거리 문화의 저항 정신까지, 운동복 안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이 담겨 있습니다.면 티셔츠 vs 기능성 소재, 실제로 차이가 날까솔직히 처음에는 회의적이었습니다. "폴리에스터 소재가 면보다 낫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냥 브랜드 마케팅 아닐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친구 영민이와 한강 둔치에서 같이 뛰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저는 그날 면 소재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영민이는 폴리에스터와 스판덱스(Spandex) 혼방 소재의 트레이닝 상의를 입고 있었습니다... 2026. 6. 1. 마인드풀 러닝 (숫자 강박, 호흡 집중, 습관 형성) 달리기를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정강이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습니다. 의사가 처음 한 말이 "페이스 좀 줄이세요"였는데, 그 당시 저는 그게 무슨 소린지 진심으로 이해를 못 했습니다. 기록이 곧 운동의 증거라고 믿었으니까요. 그 믿음을 완전히 뒤집는 데 6개월이 걸렸습니다.스마트워치가 달리기를 망치고 있었습니다1km당 페이스가 5분 대를 벗어나면 그날 하루가 실패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닙니다. GPS 러닝 앱과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일상화되면서 달리기는 어느새 숫자를 증명하는 행위로 변질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수치 경쟁이 신체에 직접적인 손상을 남긴다는 점입니다. 제가 겪은 부상도 거기서 비롯되었습니다. 발이 지면에 닿을 때마다 무릎 바깥쪽이 당겼지만 화면 위 숫자가 떨어지는 게 싫어서 멈추지 .. 2026. 6. 1. 녹내장 (정상안압녹내장, 시야검사, 축성근시) 눈이 멀쩡히 잘 보이는데 시신경이 죽어가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저는 어머니가 진단받기 전까지는 솔직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바로 녹내장이었습니다. 어머니의 투병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이 병이 얼마나 조용하고 잔인하게 사람의 시야를 잠식하는지 직접 목격하게 되었습니다.어머니의 어깨가 문설주에 닿던 날명절에 고향 집을 찾았을 때, 어머니는 유난히 자주 거실 문설주에 어깨를 부딪치셨습니다. "나이 들어서 조심성이 없어진다"며 웃어넘기셨는데, 저는 그게 단순한 노안 탓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순간이 얼마나 결정적인 경고였는지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병원에서 받아 든 진단은 정상 안압 녹내장(Normal Tension Glaucoma, NTG)이었습니다. 여기서 정상 안압.. 2026. 5. 31. 백내장 (광학적 방패, 수술 시기, 황반변성) 외할머니가 "눈앞에 자꾸 안개가 끼는 것 같다"고 하시던 날, 저는 그냥 노안이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백내장(Cataract)의 초기 증상이었습니다. 침침함이 심해지다가 어느 순간 빛이 번지고 야간에 운전조차 두렵다고 하실 때, 저는 처음으로 이 병을 제대로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백내장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리고 수술을 언제 결정해야 하는가. 이 두 가지를 두고 의견이 꽤 갈린다는 것도 그때 알았습니다.광학적 방패: 수정체 혼탁이 황반을 지킨다는 시각백내장을 그냥 낡은 렌즈가 오염된 것처럼 보는 시각이 일반적입니다. 수정체(Lens)가 하얗게 흐려지면 빨리 꺼내고 인공수정체(IOL, Intraocular Lens)를 넣으면 된다는 논리입니다. IOL이란 수술로 제거된 자연 수정체.. 2026. 5. 31. 이전 1 ··· 35 36 37 38 39 40 41 ··· 6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