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352 헌혈의 진실 (혈액 제제, 면역 반응, 생명 안전망) 처음 헌혈의 집 문을 열었을 때, 솔직히 "그냥 피 뽑는 거 아닌가"라고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경험해보고 나서, 그 생각이 얼마나 순진한 것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채혈된 혈액이 환자에게 닿기까지의 과정은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정밀하고 복잡한 과학이었습니다. 헌혈을 둘러싼 여러 시각들, 그리고 제가 직접 경험하고 알게 된 것들을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헌혈된 혈액 제제, 그냥 넣으면 안 되는 이유헌혈을 단순히 "피를 나눠주는 행위"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이후의 공정을 알고 나서 완전히 다른 눈으로 보게 되었습니다.채혈된 전혈은 그대로 수혈에 사용되는 경우가 드뭅니다. 원심분리 기술을 통해 밀도 차이에 따라 적혈구, 혈소판, 혈장으로 각각 분리됩니다. 여기서 원심분리란 고속 회전.. 2026. 4. 19. 성형외과 (재건수술, 안면골절, 미세수술) 성형외과가 미용 목적으로만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도 불과 몇 년 전까지 그렇게 단정 지었습니다. 그러다 가까운 선배가 교통사고로 안면부를 크게 다쳤고, 그 회복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면서 제가 알던 성형외과의 이미지가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이 글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씁니다.재건수술, 미용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습니다일반적으로 성형외과는 쌍꺼풀이나 코 수술을 떠올리게 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성형외과의 절반도 설명하지 못하는 이미지입니다. 선배가 사고를 당한 건 3년 전이었습니다. 핸들에 안면부를 정면으로 부딪혔고, 코뼈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서졌으며, 안와골(눈 주위를 감싸는 뼈)이 안쪽으로 함몰되었습니다. 중환자실을 나온 선배를 처음 면회하러 갔을 .. 2026. 4. 19. 산부인과 (정기검진, 분만실, 여성의학과) 산부인과를 찾는 여성 중 상당수가 증상이 심해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저는 그 이유가 단순히 귀찮아서가 아니라는 걸 친구 민수를 만나고 나서야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심리적 문턱이 실제 진료를 막고 있었던 겁니다.병원 로비에서 처음 마주한 풍경얼마 전 대학 동창인 민수를 만나기 위해 그가 근무하는 산부인과 병원을 찾았습니다. 솔직히 로비에 들어서기까지 발걸음이 몇 번이나 느려졌습니다. 남성인 저에게 '산부인과'라는 네 글자는 여전히 괜히 눈치가 보이는 공간이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들어선 로비는 제 예상과 전혀 달랐습니다. 배가 많이 부른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대기 순서를 기다리는 남편들, 초음파 사진을 둘이서 들여다보며 작게 웃는 부부들. 차갑고 긴장된 공간이 아니라, 기대와 긴.. 2026. 4. 18. 소아청소년과 (약동학, 소아응급, 의료위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2023년 기준 역대 최저인 22.9%까지 추락했습니다(출처: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친정 창고에서 낡은 육아일기를 꺼내 들던 날, 그 숫자가 새삼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빼곡하게 찍힌 소아과 직인들 속에 제 유년기가 고스란히 박혀 있었으니까요.노란 반창고가 가려준 것들: 약동학과 정밀 처방의 세계일반적으로 소아과는 '어른보다 약을 조금만 주면 되는 곳'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친구 지혜에게 직접 들어보니 현실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진료의 핵심은 약동학(Pharmacokinetics)에 있습니다. 여기서 약동학이란 약물이 몸 안에서 흡수되고, 분포하고, 대사 되어, 배출되는 전 과정을 다루는 학문입니다. 성인과 소아는 이 과정이 질적으로 다릅니다. 신생아는 체중.. 2026. 4. 18. 신경과 (뇌졸중, 골든타임, IONM) 솔직히 저는 신경과를 '심한 두통이 있을 때 가는 곳' 정도로만 알았습니다.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깨닫게 된 건, 어느 날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다가 세상이 통째로 뒤집히는 듯한 현기증을 경험하고 나서였습니다. 단순한 빈혈이겠거니 했지만, 물체가 두 개로 겹쳐 보이는 복시 증상까지 나타나자 그제야 제 몸에 뭔가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직감했습니다.뇌졸중 골든타임, 초 단위로 결정되는 평생응급실을 거쳐 신경과 진료실에 도착했을 때, 교수님이 하신 첫 번째 행동은 제 눈동자의 움직임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것이었습니다. 손가락을 따라가게 하고, 반사 신경을 확인하고, 걸음걸이를 살펴보는 그 과정이 저는 처음엔 단순한 루틴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건 신경학적 국소화(Locali.. 2026. 4. 17. 외과 (복강경 수술, 레지던트, 적자 구조) 충수염 진단 후 응급 수술대에 오른 날, 저는 처음으로 외과가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오른쪽 아랫배를 찌르는 통증이 허리를 펴지 못할 정도로 심해지기 전까지, 외과 의사는 제 세계와 아무 관련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글은 환자로 수술대에 누워본 경험과 외과 레지던트 후배의 이야기를 통해 외과의 실제 민낯을 정리한 것입니다.배를 열지 않고 고친다는 것: 복강경 수술의 원리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담당 외과 전문의 선생님이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배에 작은 구멍 세 개만 뚫을 겁니다. 내일이면 걸어 다니실 거예요." 그 말이 처음엔 믿기지 않았는데, 전신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정말로 통증은 사라져 있었고 제 배에는 작은 구멍 세 개만 남아 있었습니다. 이 방식이 바로 복강경 수술.. 2026. 4. 17. 이전 1 ··· 43 44 45 46 47 48 49 ··· 5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