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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형 당뇨병 (인슐린 저항성, 유전적 취약성, 혈당 관리)

by insight392766 2026. 5. 30.

회사 선배가 탕비실에서 혼자 손가락을 찌르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솔직히 그게 뭔지도 몰랐습니다. 나중에 2형 당뇨병이라는 걸 알고 나서야, 그 오후 4시의 의식이 얼마나 무거운 일상이었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가 가지고 있던 오해도 하나씩 무너졌습니다.

오후 4시의 탕비실, 그리고 선배의 손가락

선배는 제가 아는 사람 중에서 가장 자기 관리가 철저한 편이었습니다. 대학 시절 축구 동아리 주장 출신에, 직장 생활 내내 주말 등산을 거르지 않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서른아홉에 당뇨 확진을 받았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비슷했습니다. "그렇게 단걸 좋아하더니", "관리를 좀 하지 그랬냐"는 말들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옆에서 지켜봤는데, 그 시선이 선배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겼는지는 말로 다 하기 어렵습니다. 의사가 진단 당시 설명한 원인은 달랐습니다. 강한 유전적 소인에, 몇 년간 이어진 극심한 야근 스트레스가 췌장을 조기에 지치게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2형 당뇨병의 핵심 기전은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입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기는 하지만, 근육이나 간 같은 세포들이 그 인슐린 신호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열쇠는 있는데 자물쇠가 녹슬어 문이 열리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혈액 속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혈관에 쌓이면서 혈당이 오르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이 인슐린 저항성을 단순히 '많이 먹어서' 생긴 결과로 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몸이 분비하는 코르티솔(Cortisol)은 혈액 속 포도당 농도를 강제로 끌어올리면서 동시에 세포의 인슐린 반응을 방해합니다. 코르티솔이란 부신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신체 에너지를 즉각 동원하는 역할을 합니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던 선배의 몸에서 이 호르몬이 수년간 과다 분비됐을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비만하지 않아도 걸리는 병, 아시아인의 유전적 취약성

일반적으로 2형 당뇨병은 고도비만 환자의 병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선배만 해도 체중이 표준 범위 안에 있었고, 복부 비만도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저는 이게 의아했는데,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고 나서야 이해가 됐습니다.

 

아시아인은 서양인에 비해 태생적으로 췌장의 크기가 작고,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β-cell)의 절대적인 수와 기능이 떨어집니다. 베타세포란 췌장 안의 랑게르한스섬에 위치하며 혈당에 반응해 인슐린을 직접 만들고 분비하는 세포입니다. 이 구조적 한계 때문에 아시아인은 서양인보다 훨씬 적은 체중 증가나 가벼운 영양 과잉만으로도 췌장이 빨리 지쳐버립니다.

 

실제로 국내 당뇨 환자의 상당수가 정상 체중이거나 경도 복부 비만에 해당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이른바 '비비만형 당뇨'입니다. 서양의 데이터만 보고 "살이 쪄서 걸리는 병"이라는 공식을 한국인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처음부터 반쪽짜리 이야기입니다.

 

선배가 진단을 받고 초기에 독하게 탄수화물을 끊고 매일 런닝머신을 뛰었는데도 공복 혈당이 160을 넘기던 날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때 느낀 배신감이 가장 힘들었다고요.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병을 단순히 의지의 문제로 치부하는 시선이 얼마나 잔인한 오해인지 실감했습니다.

 

당뇨병 진단 시 주요하게 쓰이는 수치 중 하나가 당화혈색소(HbA1c)입니다. 당화혈색소란 최근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수준을 반영하는 지표로, 6.5%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합니다. 이 수치가 단기적인 식단 조절만으로는 쉽게 내려가지 않는 이유 역시, 단순한 식습관 이상의 복합적인 원인이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알약이 늘어나는 날, 그리고 췌장의 시계

2형 당뇨가 무서운 또 다른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용히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초기에는 인슐린 저항성을 극복하기 위해 췌장이 더 많은 인슐린을 만들어냅니다. 이 상태를 고인슐린혈증(Hyperinsulinemia)이라고 합니다. 고인슐린혈증이란 혈중 인슐린 농도가 정상보다 높게 유지되는 상태로, 췌장이 세포의 둔감해진 반응을 억지로 극복하려는 일종의 과부하 상태입니다.

 

문제는 이 과부하가 수년에서 수십 년간 지속되면, 결국 베타세포가 하나씩 사멸(Apoptosis)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2형 당뇨병 환자의 췌장 기능은 병이 진행될수록 점점 떨어지며, 어느 시점이 지나면 아무리 생활 습관을 교정해도 인슐린 분비량 자체가 부족해집니다. 이 단계에 이르면 결국 인슐린 주사 치료를 병행해야 합니다.

 

선배가 의사로부터 "조만간 주사를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한동안 깊은 우울에 빠졌다는 걸 제가 직접 곁에서 봤습니다. 그 말은 단순한 치료 방법의 변경이 아니라, 아무리 노력해도 장기의 노화를 막을 수 없다는 선고처럼 들렸을 것입니다. 열심히 살지 않은 날이 없는 사람에게 몸이 먼저 지쳐간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훨씬 크게 자존감을 흔드는 일이었습니다.

 

2형 당뇨병의 주요 합병증을 살펴보면 이 병을 결코 가볍게 봐선 안 되는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 망막병증: 고혈당이 망막의 미세혈관을 손상시켜 시력을 잃게 만드는 합병증
  • 당뇨병성 신증: 신장의 사구체 기능이 손상되어 결국 투석이 필요하게 되는 상태
  • 말초신경병증: 손발 저림과 감각 저하로 시작해 족부 궤양과 괴사로 이어질 수 있는 합병증
  • 심뇌혈관 질환: 혈관 손상으로 인한 심근경색, 뇌졸중 위험 증가

이러한 합병증이 현실화되는 경우는 대부분 죄책감에 사로잡혀 진단을 숨기거나,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의존하다 치료 시기를 놓쳤을 때라고 합니다. 국내 당뇨 환자 중 적절한 혈당 조절 목표를 달성하는 비율이 낮다는 점은 단순히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사회적 시선과 죄책감이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합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선배는 지금도 오후 4시면 혈당계를 꺼냅니다. 달라진 건 그 수치를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높게 나온 날에는 자책하는 대신 저녁 산책을 30분 더 하는 쪽을 택합니다. 그 손가락 끝에 박인 채혈침 자국들이, 저는 매번 볼 때마다 패배의 흔적이 아니라 매일 전선을 지켜온 사람의 훈장처럼 보입니다.

 

2형 당뇨병을 마주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죄책감부터 내려놓으시길 권합니다. 이 병은 개인의 나태함이 아니라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압박, 그리고 장기의 퇴행이 복합적으로 얽힌 내분비계 질환입니다. 그 복잡성을 인정하는 것이 제대로 된 치료의 첫걸음이라고, 선배의 오후 4시가 저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거나 관련 궁금증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3V66_Ndho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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