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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형 당뇨병 (자가면역, 인슐린, 편견)

by insight392766 2026. 5. 30.

"당뇨병이요? 단거 너무 많이 드셨나봐요." 지인이 공공장소에서 인슐린 주사를 꺼낼 때마다 들었다는 말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당뇨병을 식습관의 문제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형 당뇨병의 실체를 알고 난 뒤, 그 흔한 한마디가 환자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기는지 비로소 실감했습니다.

자가면역 반응이 만든 병, 식습관과는 무관합니다

1형 당뇨병은 흔히 알려진 당뇨병과 발병 원리가 완전히 다릅니다. 핵심은 '자가면역 반응'에 있습니다. 여기서 자가면역 반응이란 면역 세포가 외부 병원균이 아닌 자기 몸의 조직을 적으로 오인해 공격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1형 당뇨병에서는 이 공격 대상이 췌장의 베타세포가 됩니다. 베타세포란 췌장 내부에서 인슐린을 만들어 분비하는 세포로, 이것이 완전히 파괴되면 몸 안에서 인슐린이 단 한 방울도 나오지 않습니다.

 

반면 많은 사람들이 '당뇨'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올리는 2형 당뇨병은 인슐린 저항성이 문제입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은 분비되지만 세포가 이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해 혈당 조절이 어려워지는 상태입니다. 식습관, 비만, 운동 부족과 관련이 깊습니다. 하지만 1형 당뇨병은 애초에 인슐린이 만들어지지 않는 상태라 식단이나 운동으로 개선할 수 있는 여지 자체가 없습니다.

 

제가 처음 지인의 손목에 붙어 있는 연속혈당측정기를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연속혈당측정기란 피부 아래에 작은 센서를 삽입해 24시간 실시간으로 혈당 수치를 모니터링하는 장치입니다. 피를 뽑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혈당 그래프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 기계 없이는 언제 저혈당 쇼크가 올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저혈당 쇼크란 혈당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식은땀, 손 떨림, 심한 경우 의식 불명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응급 상황입니다.

 

1형 당뇨병이 얼마나 드문 질환인지 수치로 확인해 보면, 국내 1형 당뇨병 환자는 2023년 기준 약 3만 명 수준으로 전체 당뇨병 환자 중 1% 미만에 해당합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숫자가 적다 보니 사회적 인식도 낮고, 환자들이 겪는 오해는 그만큼 더 깊습니다.

1형 당뇨병 발병 시 나타나는 특징적인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극심한 갈증과 잦은 소변(삼다 증상: 다뇨, 다갈, 다식)
  • 단기간의 급격한 체중 감소
  • 당뇨병성 케톤산증으로 인한 구토, 복통, 의식 저하

당뇨병성 케톤산증이란 인슐린 부재로 몸이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분해하면서 혈액이 산성화되는 위험한 상태입니다. 많은 환자들이 이 상태로 응급실을 찾고서야 처음 진단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인슐린은 치료제가 아니라 이들에게 산소입니다

지인이 자신의 병을 처음 털어놓던 날,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사 안 맞으면 며칠 내로 죽어. 그냥 숨 쉬는 거랑 똑같아." 그 말이 한동안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저는 그때까지 인슐린 주사를 어느 정도 불편한 치료 수단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그것이 없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는 현실을 그날 제대로 직면했습니다.

 

1형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 요법은 선택이 아닙니다. 인슐린은 단백질 호르몬이라 위산에 의해 분해되기 때문에 경구 복용이 불가능하고, 반드시 주사 또는 인슐린 펌프를 통해 직접 체내에 주입해야 합니다. 인슐린 펌프란 가는 튜브를 피부 아래에 꽂아 24시간 소량의 인슐린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면서, 식사 시에는 추가로 주입하는 장치입니다. 최근에는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 펌프를 연동해 혈당에 따라 자동으로 인슐린을 조절하는 인공췌장 시스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하루 관리가 쉽지 않다는 것은 제가 옆에서 지켜봐서 압니다. 밥 한 끼를 먹기 전에 탄수화물 함량을 계산하고, 운동량과 컨디션에 따라 인슐린 용량을 조정하며, 잠들기 전에는 밤사이 저혈당이 올지 걱정하며 알람을 맞춰 놓는 생활. 이걸 평생, 하루도 빠짐없이 해야 합니다.

 

더 마음이 쓰였던 것은 사회적 편견이었습니다. 카페에서 주사를 꺼내는 순간 쏟아지는 시선들, "젊은 사람이 벌써 당뇨라니"라는 말. 제 경험상 이런 반응은 대부분 1형과 2형을 구분하지 못해서 나옵니다. 1형 당뇨병은 자기 관리의 실패와 아무 관련이 없는데, 환자들은 그 오해를 매일 온몸으로 받아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1형 당뇨병을 자가면역 기전에 의한 인슐린 분비 결핍으로 명확히 분류하고 있으며, 식이 습관이나 생활 방식이 원인이 아님을 명시하고 있습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

 

지인이 그 어렵던 시간을 버텨낸 방법은 병을 숨기는 대신 주변에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두려웠을 텐데, 오히려 꺼내놓고 나서 더 자유로워졌다고 했습니다. 혈당 수치가 들쭉날쭉한 날에도 스스로를 탓하는 대신 그냥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고요. 그 단단함이 몇 년 사이 그에게서 느껴졌습니다.

 

1형 당뇨병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다면, 이 글이 조금이나마 그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공공장소에서 인슐린 주사를 맞는 사람을 보게 된다면, 그것이 그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매 순간 해야 하는 일임을 기억해 주십시오. 혹시 주변에 1형 당뇨병을 진단받은 분이 있다면, 대한당뇨병학회의 환자 지원 정보를 먼저 확인해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나 치료에 관한 판단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gzNnM4fy1Z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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