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뇌교각부에서 발생하는 종양의 85~92%가 청신경초종입니다. 처음 이 수치를 들었을 때 저는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이 종양을 머릿속에 품고 수술대에 누워본 뒤에야, 저 숫자가 얼마나 무겁고 구체적인 의미를 가지는지 뼈저리게 알게 되었습니다. '양성종양'이라는 말이 주는 안도감이 얼마나 기만적인 언어인지도요.
양성이라는 말이 감춘 것들 — 진단부터 수술까지의 실제
서른여섯 살 봄, 오른쪽 귀에서 고주파 이명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피로 탓이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전화를 받을 때 오른쪽 귀를 대면 상대방 목소리가 수중에서 들리듯 먹먹해졌고, 길을 걸으면 가끔 땅이 울렁거리며 중심을 잃었습니다. 이비인후과를 거쳐 대학병원 MRI 모니터 앞에 앉았을 때, 화면에는 소뇌교각부(CPA, Cerebellopontine Angle)에 자리 잡은 하얀 덩어리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습니다. 여기서 소뇌교각부란 소뇌와 뇌간, 여러 뇌신경이 밀집해 교차하는 두개강 내 공간을 말합니다. 사람의 감각과 생명 유지 기능이 복잡하게 얽힌 이 공간에 종양이 뿌리를 내린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의사는 "암이 아닌 양성종양이니 완전히 떼어내기만 하면 완치됩니다"라고 했습니다. 제가 직접 그 말을 들었을 때, 저는 그것을 기쁜 소식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게 얼마나 불완전한 정보였는지 알게 된 건 수술 후였습니다. 청신경초종은 정확히는 '전정신경초종(Vestibular Schwannoma)'으로,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전정신경을 감싸는 슈반 세포(Schwann cell)에서 기원합니다. 슈반 세포란 신경 섬유를 감싸 보호하고 신호 전달을 돕는 세포인데, 이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면서 종양을 형성합니다. 내이도(internal auditory canal)라는 좁은 뼈 구조물 안에서 조용히 자라다가 점차 뇌간과 뇌신경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세력을 넓혀 나갑니다.
수술 후 중환자실에서 눈을 떴을 때, 주치의는 "종양은 한 톨도 남기지 않고 완벽하게 적출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의학의 연산식 안에서는 승리였습니다. 그런데 거울을 보니 제 얼굴 오른쪽 절반이 무너져 있었습니다. 눈을 감으려 해도 오른쪽 눈꺼풀이 허공에 떠 있었고, 입귀는 처져 물 한 모금도 흘러내렸습니다. 7번 안면신경(Facial Nerve)이 수술 과정에서 손상된 결과였습니다. 안면신경이란 얼굴 근육 전반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뇌신경으로, 종양의 피막과 종이 한 장보다 얇은 두께로 붙어 있는 경우 완벽한 분리는 해부학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제 경험상, 이 사실은 수술 전에 충분히 고지받지 못했습니다. 현행 외과적 수술은 '종양의 완전 제거'를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7번 안면신경과 8번 전정와우신경의 기능적 희생을 불가피한 기회비용으로 처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출처: NCBI StatPearls — Acoustic Neuroma에 따르면, 대형 종양 수술 후 안면신경 마비 발생률은 종양 크기와 술자의 경험에 따라 상당한 편차를 보이며, 청력의 완전 손실 역시 흔한 결과로 보고됩니다. 오른쪽 귀는 수술 후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완전한 침묵의 영역이 되었습니다.
초기 증상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 중 하나라도 한쪽 귀에서만 지속된다면, 노화나 단순 피로로 넘기지 말고 청각뇌간유발전위(ABR, Auditory Brainstem Response) 검사와 뇌 MRI 검진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ABR이란 소리 자극에 대한 뇌간의 전기적 반응을 측정해 청신경 경로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기능 검사입니다.
- 편측성 청력 감퇴 — 한쪽 귀만 소리가 멀게 들리거나 먹먹해지는 현상
- 지속성 이명 — 한쪽 귀에서만 고주파 귀울림이 이어지는 현상
- 현훈 및 보행 불안 — 몸의 중심이 흔들리고 걷다가 비틀거리는 증상
- 안면 감각 이상 — 삼차신경근(trigeminal nerve root) 압박으로 인한 얼굴 저림이나 통증
'완치율 99%' 뒤에 없는 숫자 — 방사선 수술의 착시와 삶의 질
의학 논문들이 자랑스럽게 제시하는 수치가 있습니다. 청신경초종 수술의 치명률 0.5~1%, 재발률 0.5~0.8%. 숫자만 보면 현대 신경외과학은 이 질환을 거의 완벽하게 정복한 것처럼 보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처음에는 그 수치에 안도했습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온 뒤의 현실은 그 숫자와 전혀 다른 세계였습니다.
음식을 씹을 때마다 뺨 안쪽에 음식물이 고여 손가락으로 밀어내야 했습니다. 침을 삼킬 때마다 캑캑거리는 사래가 반복되었고, 이것이 흡인성 폐렴(aspiration pneumonia)으로 번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늘 뒤를 따라다녔습니다. 흡인성 폐렴이란 음식물이나 타액이 기도로 잘못 넘어가 폐에 염증을 일으키는 상태로, 하위 뇌신경 기능이 저하된 청신경초종 수술 후 환자에게는 치명적인 합병증 경로가 됩니다. 수술 부위에서 뇌척수액이 밖으로 새는 뇌척수액 누공(CSF leak)으로 인해 뇌막염 위험도 상시 존재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0.5~1%의 치명률 통계 안에는 잡히지 않는 일상의 질 저하입니다.
그렇다면 칼을 대지 않는 방사선 수술은 완전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감마나이프(Gamma Knife) 요법이나 선형가속기(LINAC) 방식의 방사선 수술(SRS, Stereotactic Radiosurgery)이 도입되면서 많은 환자들이 희망을 갖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여기서 방사선 수술이란 두개골을 열지 않고 고용량의 방사선을 종양 부위에만 정밀하게 조사해 세포 DNA를 파괴함으로써 성장을 억제하는 시술을 말합니다. 출처: AANS(미국신경외과학회) — Acoustic Neuroma에 따르면, 방사선 수술은 3cm 미만 종양에서 장기 성장 억제율 90% 이상의 성적을 보이지만, 이것이 '제거'와 동의어는 아닙니다.
방사선 수술이 안고 있는 임상적 맹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가성 성장(Pseudoprogression)입니다. 종양이 방사선에 의해 괴사하는 과정에서 조직 부종이 생기면서 일시적으로 종양 부피가 오히려 커 보이는 현상인데, 이 시기에 주변 안면신경과 삼차신경근이 급격한 압박을 받아 수술을 안 했을 때보다 더 심각한 신경 손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지연성 신경 독성입니다. 방사선 조사 후 수년에 걸쳐 주변 미세혈관이 폐색되고 신경 섬유가 섬유화되면서, 시술 후 5~10년 뒤 예측하기 어려운 지연성 안면통증이나 지연성 안면마비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칼을 대지 않았다"는 사실이 장기적 신경학적 안정을 보장해주지는 않는 것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현재 임상에서 표준으로 굳어진 '완전 적출' 도그마는 심각한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안면신경과 종양 피막이 심하게 유착된 경우, 유착 부위를 일부러 남겨두는 부분 적출술(Subtotal Resection) 후 잔여 종양에만 정밀 방사선을 조사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이 훨씬 합리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종양의 부피를 완벽히 0으로 만드는 것과 환자가 자기 얼굴로 웃고, 소리를 듣고, 음식을 삼키는 삶을 유지하는 것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수술 전에 환자와 함께 진지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수술 성공의 기준은 집도의의 만족이 아니라 환자가 퇴원 후 살아가는 삶의 구체적인 밀도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청신경초종 수술 후 수년이 지난 지금, 오른쪽 얼굴의 마비는 일부 회복되었지만 완전한 대칭을 되찾지는 못했습니다. 오른쪽 귀는 여전히 침묵 속에 잠겨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글을 쓰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쪽 귀의 이명이나 편측성 청력 감퇴를 노화나 피로로 넘기지 마십시오. 그 작은 신호가 소뇌교각부에서 자라고 있는 종양의 첫 목소리일 수 있습니다. 조기에 발견할수록 종양이 뇌간과 안면신경에 유착되기 전에 치료 선택지가 훨씬 넓어지고, 기능 보존의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이미 진단을 받으셨다면, 수술 전에 반드시 부분 적출술과 하이브리드 치료 가능성을 담당 의료진과 함께 논의해 보시기 바랍니다. 종양을 없애는 것과 나답게 사는 것,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할 권리가 환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