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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관 협착증 (과잉진단, 간헐적 파행, 보존치료)

by insight392766 2026. 6. 4.

허리 MRI를 찍었더니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마비가 올 수 있다"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제 지인 정호가 딱 그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순간, MRI 사진 한 장이 정말 그 모든 것을 결정해도 되는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척추관 협착증을 둘러싼 이야기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과잉진단, MRI가 숨기는 진실

정호가 처음 척추 병원 문을 두드렸을 때, 의사들은 자기공명영상(MRI) 사진을 보여주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사진 속 그의 척추관은 정상적인 배 모양을 잃고 모래시계처럼 찌그러져 있었습니다. 여기서 척추관이란 척추뼈 안쪽에 형성된 신경 통로로, 뇌에서 내려오는 중추 신경계의 핵심 줄기가 지나가는 터널입니다.

 

문제는 그 '찌그러진 사진'이 곧바로 통증의 원인이라는 등식이 과연 성립하느냐입니다. 제가 직접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평생 허리 통증을 단 한 번도 겪지 않은 60대 이상 정상인들을 대상으로 요추 MRI를 촬영했을 때 60~70% 이상에서 심한 협착 소견이 관찰된다는 임상 연구 결과가 있었습니다. 이 수치는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구조적 협착 소견이 얼마나 흔한지를 보면, '협착=질병'이라는 프레임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황색인대 비후(Ligamentum Flavum Hypertrophy)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는 척추관 후방을 덮고 있는 인대가 두꺼워지는 현상으로 퇴행성 변화의 일부입니다. 쉽게 말해 흰머리가 늘거나 무릎 연골이 닳는 것과 같은 노화의 흔적이지, 그 자체가 반드시 수술대에 올라야 할 이유는 아닐 수 있습니다.

 

척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MRI 소견과 실제 임상 증상의 인과관계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으며, 실제 통증 원인을 충분히 규명하지 않은 채 영상 소견만으로 수술을 권유하는 것은 과잉 진단(Overdiagnosis)의 전형적인 패턴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출처: 국립중앙의료원).

간헐적 파행, 그 고통의 진짜 정체

정호와 함께 걷다 보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광경이 있었습니다. 처음 출발할 때는 멀쩡하던 그가 불과 5분도 안 되어 하얗게 질린 얼굴로 길가의 쓰레기통을 붙잡는 것입니다. 양쪽 엉치부터 종아리까지 터질 듯이 저려오는 그 통증은, 허리를 앞으로 굽히고 나서야 겨우 가라앉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신경인성 간헐적 파행(Neurogenic Intermittent Claudication)입니다. 여기서 신경인성 간헐적 파행이란 일정 거리 이상 걸었을 때 다리와 엉치에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 멈출 수밖에 없지만,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잠시 회복되는 독특한 보행 장애입니다. 허리를 숙이면 척추관 내부 단면적이 일시적으로 넓어져 마미(Cauda equina) 신경다발로 가는 혈류가 회복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정호의 통증이 과연 온전히 신경 압박 때문만이었을까요? 그는 20년 가까이 건설 현장을 누빈 사람입니다. 코어 근육과 둔근, 대퇴사두근이 만성적으로 약해진 상태에서 걸을 때마다 모든 충격이 하지 근육으로 고스란히 전가됐을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일반적으로 파행은 척추관이 좁아져서 생긴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엉덩이와 종아리 근육군의 대사성 피로와 혈류 공급 부전이 겹쳐진 경우도 많습니다. 협착증과 혈관성 파행(Vascular Claudication)을 정확히 감별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혈관성 파행은 말초동맥 혈류 부전으로 발생하는 통증으로, 증상이 비슷해 보이지만 원인과 접근법이 전혀 다릅니다.

 

아래는 두 가지 파행을 구분하는 핵심 포인트입니다.

  • 신경인성 파행: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통증 완화, 앉으면 회복, 오르막보다 평지가 힘들 수 있음
  • 혈관성 파행: 자세와 관계없이 운동량에 비례해 악화, 다리를 올리면 창백해짐
  • 근육성 피로: 특정 근육군의 국소 통증, 스트레칭 후 일시 완화

보존치료, 칼 없이 걸어서 돌아온 이야기

정호는 결국 수술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함께 고민하면서 내린 판단은 하나였습니다. 마미 증후군(Cauda Equina Syndrome) 같은 응급 상황, 즉 대소변 장애나 하지 마비가 없는 한 먼저 몸의 자생력에 기회를 줘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마미 증후군이란 척추관 아래쪽 신경다발이 심하게 압박되어 대소변 기능과 하지 감각이 동시에 손상되는 응급 상태로, 이 경우만큼은 즉각적인 외과적 개입이 필요합니다.

 

정호가 선택한 길은 감압술(Decompression Surgery) 대신 심부 코어 근육 강화였습니다. 감압술이란 두꺼워진 추궁판과 인대를 제거해 척추관 공간을 넓히는 수술로, 단기적으로는 통증이 줄지만 척추의 역학적 안정성이 훼손되면서 수년 내 유합술이라는 더 큰 수술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제가 이 악순환이 걱정됐던 이유입니다.

 

정호는 매일 아침 골반과 척추를 지탱하는 코어 근육을 단련하고, 매일 밤 둔근과 종아리 스트레칭으로 하지의 대사 순환을 촉진했습니다. 허리를 뒤로 과도하게 젖히는 동작은 철저히 피했습니다. 요추 전만(Lumbar Lordosis), 즉 허리가 앞으로 지나치게 굽어진 상태가 깊어지면 황색인대가 접혀 들어가 척추관을 극한으로 좁히기 때문입니다.

 

6개월쯤 지났을 때, 10미터도 걷지 못하던 정호의 보행 거리가 1킬로미터를 넘어섰습니다. 척추관의 뼈 구조는 그대로였겠지만, 주변 근육이 하중을 분산해주기 시작하면서 신경 주변의 부종과 염증이 서서히 가라앉은 것입니다. 실제로 보존적 치료가 장기적으로 수술과 유사한 기능 개선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습니다(출처: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정리하면 척추관 협착증 보존치료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 척추 심부 코어 근육 강화로 척추 하중 분산
  • 요추 과전만 자세 및 허리 과신전 동작 제거
  • 둔근·대퇴사두근·종아리 근육의 대사 순환 촉진
  • 경막외 신경차단술은 필요 시 염증 완화 목적으로 제한적 활용

척추관이 좁아졌다는 사실 자체보다, 지금 내 몸의 어떤 부분이 그 좁아진 공간을 더 힘들게 만드는지를 먼저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호를 보면서 제가 배운 것은, MRI 사진이 보여주는 공간의 크기보다 그 공간을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점입니다. 칼보다 먼저 근육을 믿어보는 것, 그게 정호가 다시 현장에 서게 만든 선택이었습니다. 만약 비슷한 진단을 받으셨다면, 수술 동의서에 서명하기 전에 보존치료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해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 조언이 아닙니다. 척추 관련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DBe5rgdgkS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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