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뻐근한데 코어가 약하다는 말을 듣고 윗몸일으키기부터 시작한 적 있으신가요. 저도 정확히 그랬습니다. 스쿼트로 하체는 어느 정도 다졌는데, 아침마다 허리가 뻐근하니 주변에서 하나같이 "코어가 부족해서 그래"라고 했고, 저는 고민 없이 가장 익숙한 그 운동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3개월 만에 세수하려고 허리를 숙이는 순간 찌릿한 통증이 왔습니다.
왜 요추 압박이 생기는가
윗몸 일으키기가 허리에 부담을 준다는 이야기는 막연하게 들어봤을 겁니다. 그런데 정확히 어떤 원리인지 알고 나면, 왜 그 운동을 고집했던 제가 후회했는지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척추 생체역학(Spinal Biomechanics) 분야의 권위자인 스튜어트 맥길(Stuart McGill)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윗몸일으키기 동작 한 번에 요추에 가해지는 압착력은 약 3,350N(뉴턴)에 달합니다. 여기서 3,350N이란 약 340kg의 무게가 허리뼈에 그대로 실리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힘을 의미합니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NIOSH)이 정한 허리 안전 기준을 초과하는 수치입니다(출처: 미국 산업안전보건청(NIOSH)).
문제는 이 압착이 단순히 무게를 드는 것보다 훨씬 위험한 방식으로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척추 사이에는 디스크(추간판)가 있는데, 이 구조는 겉을 감싸는 섬유륜이 내부의 수핵을 보호하는 형태입니다. 여기서 굴곡(Flexion), 즉 허리를 앞으로 말아서 구부리는 동작을 반복하면, 수핵이 뒤쪽으로 밀리면서 섬유륜에 미세한 균열이 생깁니다. 이것이 반복적으로 쌓이면 결국 디스크 탈출(Herniation)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경고가 단순한 이론이 아니었습니다. 매일 아침 60개씩 할 때는 복근이 타는 느낌을 성장이라 믿었는데, 정작 3개월이 지나자 허리 통증이 생겼고 스쿼트 자세도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 놓치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윗몸 일으키기에서 상체를 끝까지 일으키는 동작의 주된 동력은 복근이 아니라 장요근(Iliopsoas)입니다. 장요근이란 척추와 골반, 허벅지뼈를 연결하는 깊은 근육으로, 흔히 '고관절 굴곡근'이라고도 불립니다. 이 근육이 과하게 활성화되면 골반이 앞으로 당겨지는 골반 전방 경사(Anterior Pelvic Tilt)가 생깁니다. 골반 전방 경사란 골반의 앞쪽이 아래로 기울어지면서 허리가 과하게 꺾이는 상태를 말합니다. 복근을 키우겠다고 열심히 운동했는데, 결과적으로 허리 통증이 더 심해지는 역설이 여기서 발생합니다. 저도 이걸 알고 나서야 왜 스쿼트 시 허리가 무너졌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핵심 정리를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반복적인 굴곡 동작은 디스크 내부 수핵을 밀어내 섬유륜 손상을 유발한다
- 요추에 가해지는 압착력이 허리 안전 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이다
- 장요근 과활성화로 골반 전방 경사가 생기면 허리 통증이 만성화될 수 있다
코어 안정성을 높이는 대체 운동
저는 6개월 차에 운동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할 때는 방향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허리를 구부려 복근을 쥐어짜는 대신, 외부의 힘에도 척추가 흔들리지 않게 버티는 훈련으로 전환한 겁니다.
스포츠 과학에서는 이를 안티-무브먼트(Anti-Movement) 훈련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안티-무브먼트란 말 그대로 척추가 굴곡, 신전, 회전되지 않도록 저항하는 능력을 키우는 운동 방식입니다. 실제로 무거운 짐을 들거나 달릴 때, 우리 몸은 허리를 구부리는 게 아니라 곧게 버티는 방향으로 코어를 씁니다. 미군이 체력 검정에서 윗몸 일으키기를 폐지하고 플랭크 방식으로 전환한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출처: 미국 육군 체력 검정 공식 안내).
제가 직접 써봤는데, 변화는 생각보다 빨리 왔습니다. 특히 다음 세 가지 운동이 핵심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맥길 컬업(McGill Curl-up)입니다. 허리 밑에 손을 받쳐 요추의 자연스러운 곡선을 유지한 채 날개뼈만 살짝 들어 올리는 방식입니다.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박을 최소화하면서 복직근(Rectus Abdominis)만 타격할 수 있습니다. 처음 했을 때는 너무 안 올라가서 이게 운동이 맞나 싶었는데, 두 달 후 허리 방사통이 줄어드는 걸 느끼고 나서야 신뢰하게 됐습니다.
두 번째는 팔로프 프레스(Pallof Press)입니다. 밴드나 케이블을 옆에서 당기는 저항을 버티면서 양손을 앞으로 뻗는 운동입니다. 척추의 회전을 억제하는 안티-로테이션(Anti-Rotation) 능력을 기르는 데 효과적입니다. 제 경험상 이 운동을 꾸준히 하고 나서 스쿼트 시 몸이 한쪽으로 틀어지는 현상이 확실히 줄었습니다.
세 번째는 데드 버그(Dead Bug)입니다. 바닥에 허리를 밀착시킨 채 팔과 다리를 교차로 내리는 동작으로, 장요근의 과개입을 억제하면서 하부 복근과 코어 협응력을 동시에 기를 수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거의 움직이지 않는 운동처럼 보이는데, 제대로 하면 다음 날 속근육이 뻐근해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9개월이 지날 무렵, 거울 속의 변화는 생각보다 드라마틱했습니다. 윗몸 일으키기에 집착할 때는 복부만 기묘하게 도드라진 불균형이 있었는데, 코어를 단단한 원통처럼 쓰는 훈련으로 바꾸고 나서는 전면과 후면이 훨씬 고르게 정렬됐습니다. 장시간 앉아 일해도 허리가 무너지지 않게 됐고, 스쿼트 중량도 같은 기간 대비 훨씬 안정적으로 올라갔습니다.
허리가 뻐근하고 코어가 부족하다는 말을 들으셨다면, 윗몸 일으키기가 첫 번째 선택지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내 몸의 역학적 구조를 먼저 이해하고, 그에 맞는 운동을 고르는 것이 훨씬 현명합니다. 당장 횟수를 늘리는 것보다 10년 뒤에도 허리 통증 없이 움직일 수 있는 몸을 만드는 쪽이 훨씬 값집니다. 맥길 컬업이나 데드 버그 같은 안티-무브먼트 운동을 2~3주만 꾸준히 해보시면, 그 차이를 몸으로 직접 느끼실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허리 통증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전문 의료기관을 방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