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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구 안종양 (시력 보존, 안구 적출, 방사선 망막증)

by insight392766 2026. 6. 18.

오른쪽 시야 한구석에 작은 얼룩이 생긴 날, 저는 단순한 눈 피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얼룩은 며칠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고, 결국 병원에서 맥락막흑색종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눈에 생기는 악성 종양, 안종양이라는 것이 실제 제 이야기가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시력 보존이라는 말 뒤에 숨겨진 것들

안종양 진단을 받고 나서 의사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은 "안구를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그 말이 처음엔 큰 위안이 됐습니다. 눈을 잃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니까요.

 

제가 받은 치료는 국소 방사선 근접치료(Plaque Brachytherapy)였습니다. 여기서 국소 방사선 근접치료란 방사성 물질이 담긴 작은 플라크를 눈 바깥 벽에 붙여 종양에 직접 방사선을 조사하는 방식입니다. 안구를 통째로 제거하지 않아도 암세포를 없앨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적으로는 '보존의 성공'으로 분류됩니다.

 

그런데 치료가 끝나고 제가 마주한 현실은 달랐습니다. 방사선을 맞은 오른쪽 눈은 형태는 그대로였지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방사선 망막증(Radiation Retinopathy)이 진행된 것입니다. 방사선 망막증이란 고용량 방사선 조사로 인해 망막의 미세혈관이 막히고 망막 세포가 서서히 괴사하는 합병증으로, 결국 시력을 영구적으로 잃게 만듭니다. 눈은 거울 속에 멀쩡히 있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 감각은 정말 예상 밖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안구 보존 치료를 받으면 일상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백내장 발생, 극심한 안구건조증, 그리고 망막 기능의 소멸까지 감수해야 하는 연쇄적인 후유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치료 결과를 판단하는 지표가 암세포 사멸 여부에만 맞춰져 있을 때, 환자 입장에서 실질적인 삶의 질은 그 통계 안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안종양이 발생할 수 있는 부위와 주요 종류를 알아두면, 초기 증상을 포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맥락막흑색종: 성인에게 가장 흔한 안구 내 악성 종양으로, 망막 아래 맥락막 세포에서 발생
  • 망막모세포종(Retinoblastoma): 주로 5세 이하 소아에게 발생하는 유전성 악성 종양
  • 결막 편평세포암종: 눈 표면 결막에 생기며, 살색 또는 분홍빛 덩어리로 나타남
  • 안와 림프종: 안구 뒤 공간인 안와에 발생하며 안구 돌출을 유발할 수 있는 종양

안구 적출, 그 이후를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방사선 치료 후에도 종양의 전이 위험이 남아, 결국 안구 적출술(Enucleation)을 결정했습니다. 안구 적출술이란 안구 전체를 적출하고 그 자리에 안와 삽입물(Orbital Implant)을 넣은 뒤 의안을 장착하는 수술입니다. 말 그대로 눈을 들어내는 것입니다.

 

수술 직후 붕대를 풀었을 때 거울 앞에서 느낀 감각은, 지금도 정확하게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형태는 의안으로 채워졌지만, 그것은 제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타인과 시선을 맞출 때 미묘하게 어긋나는 그 감각이 사회적 접촉을 점점 두렵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수술 이후의 과정이 수술 자체보다 훨씬 긴 싸움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안와 이완(Orbital Laxity)이라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안와 이완이란 안구를 지지하던 조직이 느슨해지면서 의안의 위치가 틀어지거나, 안와 삽입물을 감싸던 결막 조직이 얇아져 내부 삽입물이 노출되는 현상입니다. 매일 약으로 닦아내고 관리해야 하는 그 과정은 지루하고 아팠지만, 역설적으로 제 몸과 화해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망막모세포종의 경우, 전체 환자의 약 40%가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출처: 국립암정보센터). 특히 가족력이 있는 경우 영유아 시기부터 소아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권고됩니다. 생후 3개월 이내 첫 검진이 권장될 만큼, 조기 발견이 치료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외눈으로 세상을 다시 보는 법을 배웠습니다

오른쪽에서 다가오는 사람을 인지하지 못해 부딪히고, 계단 높낮이를 가늠하지 못해 발을 헛디디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단안 시각으로 생활하면 입체감을 감지하는 양안 시차(Binocular Disparity)를 활용할 수 없게 됩니다. 양안 시차란 두 눈 사이의 간격 때문에 각 눈에 맺히는 상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뇌가 그 차이를 거리 정보로 변환하는 원리입니다. 이 기능을 잃으면 깊이 지각 능력이 크게 떨어지고, 일상의 모든 동작이 처음부터 다시 학습처럼 느껴집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배운 것은, 의료 정보가 환자에게 전달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치료 성공률과 생존율 수치 너머에, 환자가 매일 마주하는 감각의 소멸과 안면 정체성의 변화를 함께 이야기해 주는 의료 환경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성형안과와 심리 상담이 통합된 재활 케어가 안구 적출 환자의 삶의 질을 유의미하게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대한안과학회).

 

안종양은 드문 질환입니다. 하지만 드물다는 이유로 본인의 증상을 과소평가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시야 한구석의 작은 얼룩, 눈 표면의 이상한 덩어리, 설명되지 않는 안구 돌출 같은 변화는 가볍게 넘기지 않아야 합니다.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1~2년에 한 번 안저 검사와 세극등현미경 검사를 포함한 정기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예방입니다.

 

저는 지금 왼쪽 눈 하나로 세상을 봅니다. 반쪽이지만, 이전보다 훨씬 또렷하게 보이는 것들이 생겼습니다. 안종양이라는 경험은 제 삶에서 무언가를 닫아버렸지만, 동시에 그전엔 당연하게 여기던 감각 하나하나를 다르게 느끼게 해줬습니다. 혹시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분이라면, 완치라는 말의 의미를 조금 더 넓게 생각해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의심된다면 반드시 안과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gdJ6tLKIr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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