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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유전자 (다유전적 특성, 유전-환경 상호작용, 신경가소성)

by insight392766 2026. 9. 10.

어릴 적 저는 사람 많은 자리에서 에너지를 얻는 친구들을 보며 제 소심함이 고쳐야 할 결점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규모 유전체 연구 결과를 접하고 나서, 그 믿음을 조용히 내려놓게 됐습니다. 성격은 단일 유전자 한 줄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수천 개의 미세한 유전변이와 살아온 환경이 복잡하게 얽혀 만들어지는 다유전적 특성(Polygenic Trait)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저에게는 꽤 큰 위안이자, 동시에 냉정한 경고가 되었습니다.



유전자가 성격을 결정한다는 말, 절반만 맞습니다

현대 심리학에서 성격을 측정하는 표준 모델은 빅 파이브(Big Five)입니다. 외향성, 우호성, 성실성, 신경증성, 개방성 — 이 다섯 가지 축으로 사람의 기질을 분류하는 방식인데, 저도 처음엔 이게 그냥 심리검사 수준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다릅니다.

최근 발표된 전장유전체연관분석(GWAS) 연구에서 빅 파이브 특성과 연관된 유전변이가 1,200개를 넘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여기서 GWAS란 수십만 명의 유전체를 동시에 훑어 특정 형질과 통계적으로 연관된 변이를 찾아내는 분석 방법으로, 쉽게 말해 "이 성격 특성과 유전자 지도를 통째로 대조해보는 작업"입니다(출처: Nature Genetics, 2018).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게 있습니다. 이 1,200여 개 변이를 전부 모아 만든 다유전점수(Polygenic Score, PGS)가 설명하는 성격 차이의 비율이 고작 4.8~9.3%에 불과합니다. 다유전점수란 개인이 가진 수천 개의 미세 유전변이 영향을 합산해 하나의 숫자로 표현한 값인데, 그렇게 거대한 계산을 해놓고도 설명력이 10%를 못 넘는다는 뜻입니다.

쌍둥이 연구에서 추정한 성격의 유전율(Heritability)은 전통적으로 40~50%에 달합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30~40%는 어디로 간 걸까요. 이것이 학계에서 '누락된 유전성(Missing Heritability)'이라 부르는 문제입니다. 유전자 연구가 아무리 정밀해져도, 아직 성격이라는 복잡한 표현형(Phenotype) — 즉, 유전자와 환경이 뒤섞여 최종적으로 드러나는 특성 — 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제가 직접 이 수치들을 들여다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유전자가 성격을 상당 부분 설명한다고 막연히 믿고 있었는데, 최첨단 분석이 내놓은 숫자는 생각보다 훨씬 작았습니다. "유전자가 성격을 결정한다"는 말은 절반의 진실이고, 나머지 절반은 아직 과학도 답을 못 내고 있는 상태입니다.

  • 빅 파이브 관련 유전변이 1,200개 이상 발견 — 단, 개별 변이 하나의 영향력은 극히 미미
  • 다유전점수(PGS)의 성격 설명력: 최대 9.3%로 임상 예측 도구로는 한계 명확
  • 쌍둥이 연구 기반 유전율 40~50%와의 격차 → '누락된 유전성' 문제 여전히 미해결
  • 성실성 관련 변이 → 아침형 수면 패턴과 연관 / 개방성·외향성 관련 변이 → 야행성 경향과 연관
요약: 유전자는 성격에 영향을 주지만 그 설명력은 10% 미만으로, "유전이 성격을 결정한다"는 통념은 과학적으로 과장된 표현입니다.

제 정원은 양지가 아니어도 괜찮았습니다

집 근처 식물원을 혼자 걷던 날이 있었습니다. 화려하게 피어난 꽃 옆에, 그늘 아래서 조용히 이끼를 덮고 자라는 작은 식물이 있었습니다. 가이드가 말했습니다. 화려한 꽃은 습도에 약하고, 이끼는 가뭄을 견디는 깊은 뿌리를 내린다고. 그 말이 제 귀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성격이 사회적으로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그 방향을 억지로 흉내 냈을 때 삶은 더 피로해졌습니다. 쾌활한 사람의 말투를 따라 해보고, 일부러 모임에 나아가 봤지만, 맞지 않는 갑옷을 입은 느낌이었습니다.

이것이 유전-환경 상호작용(Gene-Environment Interaction)과 연결됩니다. 여기서 유전-환경 상호작용이란 특정 유전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 그 성향에 맞는 환경을 스스로 찾아가고, 그 환경이 다시 성격을 강화하거나 변화시키는 쌍방향 과정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개방성 관련 유전변이를 가진 사람은 자극이 풍부한 도시 환경으로 이주하는 경향이 있고, 그 환경은 다시 뇌의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에 영향을 줍니다. 신경가소성이란 경험과 환경에 따라 뇌 회로가 실제로 재편되는 능력을 뜻하는데, 이게 핵심입니다. 유전자가 환경을 고르고, 환경이 뇌를 바꿉니다(출처: Psychological Review, APA).

그런데 제가 이 부분에서 한 가지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개방성이 높은 사람이 도시로 이주한다"는 연관성을 유전자의 직접적 효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해석이 좀 성급하다고 봅니다. 개방성이 높은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는 유전자뿐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장려하는 교육적·경제적 환경까지 함께 물려받습니다. 이를 수동적 유전-환경 상관(Passive Gene-Environment Correlation)이라 하는데, 통계 분석에서 "유전 변이의 효과"처럼 보이는 신호가 사실은 부모가 만들어준 사회적 자본의 대리 지표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신경증성(Neuroticism)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신경증성이란 정서적 불안정성과 스트레스 취약성을 나타내는 성격 특성으로, 연구에서 이 수치가 높은 유전적 프로필은 우울·불안장애 위험 증가 및 높은 의료 이용률과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신경증성이 높은 편이라고 느껴왔는데, 이것이 "유전적 취약성"으로 낙인 찍히는 순간 얼마나 위험한 메시지가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 불안의 상당 부분은 사회적 스트레스와 환경적 결핍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식물원에서 배운 것처럼, 이끼가 화려한 꽃을 닮으려 애쓰지 않듯, 제 안의 섬세함과 정서적 민감함을 결점이 아닌 다른 종류의 뿌리로 받아들이고 나서야 삶이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타고난 결을 거스르는 대신, 후성유전학(Epigenetics)적 관점에서 — 즉, 유전자 서열 자체는 바뀌지 않더라도 환경적 자극에 따라 유전자 발현이 켜지고 꺼질 수 있다는 원리에 따라 — 제 성향에 맞는 환경과 리듬을 설계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요약: 유전과 환경은 서로를 선택하고 강화하는 쌍방향 관계이므로, 타고난 성향에 맞는 환경을 설계하는 것이 억지로 성격을 바꾸려는 것보다 훨씬 실질적인 접근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성격은 유전이 더 큰 영향을 미치나요, 환경이 더 큰 영향을 미치나요?

A. 쌍둥이 연구 기준으로 성격의 유전율은 40~50%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최첨단 GWAS 연구가 실제로 확인한 유전자 설명력은 10% 미만입니다. 나머지는 환경, 경험, 그리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요인들의 몫입니다. 둘을 떼어 놓고 비교하기보다는, 유전이 기질의 틀을 만들고 환경이 그 틀 안에서 실제 모양을 빚어낸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시각입니다.


Q. 다유전점수(PGS)로 내 성격을 미리 예측할 수 있나요?

A. 현재로서는 실질적으로 어렵습니다. 다유전점수의 성격 설명력이 최대 9.3%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숫자로 개인의 성격이나 정신질환 발병을 예측하는 것은 의학적·윤리적 타당성이 부족합니다. 집단 수준의 통계적 경향을 보여주는 도구이지, 개인의 미래를 진단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Q. 신경증성이 높으면 무조건 정신건강에 불리한가요?

A. 통계적으로 신경증성이 높은 유전적 프로필이 우울·불안장애 위험과 상관관계를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유전적으로 정해진 운명"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신경증성이 높은 기질은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공감 능력이나 세밀한 관찰력으로 발현될 수도 있으며, 적절한 환경 설계와 사회적 지지가 뒷받침될 때 그 영향은 충분히 조절 가능한 영역입니다.


Q. 성격을 바꾸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성격을 억지로 반대 방향으로 바꾸려 할수록 피로감이 쌓인다는 것이 제 경험상 분명했습니다. 연구들도 유전적 성향 자체를 뒤집기보다, 그 성향에 적합한 환경을 설계하고 수면 패턴·사회적 자극의 양을 조절하는 방향이 훨씬 효과적임을 지지합니다. 신경가소성 덕분에 뇌는 경험에 따라 실제로 변하므로, "내 결에 맞는 환경 만들기"가 가장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결론

1,200개 이상의 유전변이를 찾아낸 것은 유전학의 실질적인 성과입니다. 하지만 그 총합의 설명력이 10% 미만이라는 사실은, 유전자가 성격의 전부가 아님을 숫자로 증명합니다. 제가 오랫동안 스스로를 고쳐야 할 결점처럼 대했던 소심함과 정서적 민감함은, 알고 보니 다른 조건에서 자라나도록 설계된 다른 종류의 뿌리였습니다.

타고난 결을 부정하고 거스르려 했을 때 삶은 늘 투쟁이었고, 제 안의 자양분을 그대로 받아들였을 때 비로소 삶이 조금 다정해졌습니다. 유전자는 기틀이고, 환경은 그 위에 쌓이는 흙입니다. 어떤 흙을 고를 것인지는 여전히 선택의 영역입니다. 성격 유전체 연구를 결정론적 선고로 읽는 대신, 자신의 결에 맞는 환경을 설계하는 지도로 활용하는 것이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M7Oj0ZfLy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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