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서 들리는 심장 소리, 그냥 피곤해서 그런 거라고 넘기고 계십니까? 저는 오랜 친구 혜민이 3년 동안 그 소리를 스트레스성 이명이라 웃어넘기다 전두엽에서 4cm짜리 종양을 발견한 뒤에야, 그 가벼운 판단이 얼마나 위험한 도박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박동성 이명이 단순 피로의 신호인지, 뇌 안의 균열을 알리는 경고음인지 — 그 경계를 제대로 짚어두고 싶어 이 글을 씁니다.
지병의 가면 — 3년 동안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이유
혜민은 마케터로 일하면서 밤샘 작업을 밥 먹듯 했고, 퇴근 후엔 아크로바틱 플라잉 요가나 서핑에 몸을 던지는 사람이었습니다. 서른이 넘어서도 "아직 못 해본 게 너무 많다"며 눈을 반짝이던 녀석이 대화 도중 갑자기 한쪽 귀에 손을 갖다 대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였는지, 솔직히 처음엔 저도 그냥 넘겼습니다.
왜 그러냐고 물으면 혜민은 늘 같은 대답을 했습니다. "밤새 일하니까 스트레스성 이명이겠지." 그 소리가 심장 박동에 맞춰 "쉭쉭" 뛰는, 이른바 박동성 이명(Pulsatile Tinnitus)이라는 걸 저는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박동성 이명이란 일반적인 "윙윙" 소리와 달리 혈류의 흐름이 귀 주변 측두골을 타고 소리로 전달되는 증상으로, 단순 신경계 이상이 아니라 혈관의 역학적 변화와 직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무서운 건 혜민이 그 무렵부터 집중력이 뚝뚝 떨어지고 감정 기복이 심해졌는데도, 본인은 물론 저도 그걸 성인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증상이 업무 과로로 심해진 것이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는 겁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정말 흔한 착각입니다. 이미 확진된 지병이 있으면, 새롭게 나타나는 이상 신호를 전부 그 지병 탓으로 돌려버리게 됩니다.
전두엽은 인간의 집중력·실행 기능·감정 조절을 총괄하는 영역입니다. 이곳에 4cm짜리 종양이 자라 뇌 조직을 압박하면 ADHD 증상이 극단적으로 악화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임상 의학계에서는 전두엽 종양 환자가 처음에 정신건강의학과를 전전하다 진단 시기를 놓치는 비율이 매우 높다고 보고하는데(출처: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혜민의 사례가 바로 그 교과서적인 경로를 밟은 셈입니다.
- 한쪽 귀에서만 지속되는 박동성 이명 → 혈관 역학 이상의 신호일 수 있음
- 기존 지병(ADHD, 만성 피로 등)이 새 증상을 가리는 진단학적 맹점에 주의
- 전두엽 압박은 신경학적 결손보다 정신과적 증상으로 먼저 나타남
뇌압의 함수 —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엔 너무 정교한 경고
혜민이 이비인후과를 거쳐 두부 MRI를 찍었을 때, 의료진은 박동성 이명과 전두엽 수막종(Meningioma)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수막종이란 뇌와 척수를 감싸는 수막에서 자라는 종양으로, 종양이 귀에서 멀리 떨어진 전두엽에 위치했으니 이명의 직접 원인이 아니라는 해석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대목에서 납득하기 어려웠던 건, '거리가 멀면 관계도 없다'는 논리가 두개강(頭蓋腔), 즉 뇌가 담겨 있는 두개골 안의 밀폐된 공간에서도 과연 성립하느냐는 부분이었습니다. 두개강 내압(Intracranial Pressure)이란 이 닫힌 공간 안에서 뇌 조직·혈액·뇌척수액이 서로 균형을 유지하며 만들어내는 압력을 가리킵니다. 4cm 크기의 종양이 자리를 차지하고 주변에 뇌 부종까지 유발하면, 이 압력은 필연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뇌압이 상승하면 뇌를 빠져나가는 주된 정맥 통로인 정맥동(Venous Sinus)이 물리적으로 눌리게 됩니다. 정맥동이란 쉽게 말해 뇌혈류가 빠져나가는 거대한 배수로 같은 구조물입니다. 이 배수로가 좁아지면 혈류가 매끄럽게 흐르지 못하고 불규칙한 와류(Turbulent Flow), 즉 소용돌이치는 혈류로 변하게 됩니다. 그 거친 소리가 측두골을 타고 귀로 전달된 것이 혜민이 3년 동안 들어온 "쉭쉭" 소리였을 가능성을 저는 배제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실제로 학술지 《뇌종양 연구와 치료》에는 횡정맥동을 압박한 수막종 환자가 박동성 이명을 겪다 종양 절제 후 이명이 완치된 임상 사례가 보고되어 있습니다(출처: Journal of Korean Neurosurgical Society). 혜민의 사례가 교과서적인 우연종(Incidentaloma), 즉 검사 중 뜻밖에 발견된 병변이었다 해도, 그 이명이 두개강 내압 상승이라는 광범위한 역학적 변화가 만들어낸 간접 경고였을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습니다.
양성의 역설 — "착한 종양"이라는 말이 얼마나 잔인한지
2025년 여름, 혜민은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WHO 분류 1등급 양성 수막종, 즉 세계보건기구 기준으로 가장 낮은 등급의 양성 종양이라는 진단이 나왔을 때 저는 솔직히 안도했습니다. 그런데 그 안도감이 얼마나 섣부른 것이었는지는 수술실 문이 열리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혜민은 수술 후 급성 뇌 부종(Brain Edema)으로 쓰러졌습니다. 뇌 부종이란 뇌 조직에 물이 차서 부풀어 오르는 상태로, 수술 자극에 의해 발생하며 뇌의 전기적 신호를 심각하게 교란합니다. 그 결과 혜민은 만성 발작(Seizure), 즉 뇌의 비정상적 전기 방전으로 인한 경련 증상에 시달리게 되었고, 왼팔은 마비로 굳어버렸습니다. 주변 소리는 다 들리는데 입술이 움직이지 않아 말 한마디 못 하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제가 직접 옆에서 지켜봤는데, 그 모습은 정말이지 'WHO 1등급 양성'이라는 진단명과 너무나 다른 현실이었습니다.
항경련제를 복용하는 동안은 1년간 운전도, 좋아하던 서핑도 전부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거기다 증식 지수가 높아 재발 가능성을 평생 안고 가야 한다는 선고까지. '양성'이라는 단어가 주는 심리적 면죄부가 오히려 회복의 무게를 더 가혹하게 만든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몇 달의 재활을 거쳐 지팡이를 짚고 나타난 혜민이 한 말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커리어와 도전만 쫓느라 정작 내 몸 소리에 귀 기울인 적이 없었어. 뇌 속 종양을 떼어내고 나니, 소박한 일상의 온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겠더라." 혜민은 지금 서툰 걸음으로 새 인연을 찾겠다는 계획과 서른하나에 의대 진학이라는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국내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 해 1만 5,000건 이상의 원발성 뇌·중추신경계 종양이 발생하며 이 중 수막종이 43%로 가장 흔한데, 양성이라는 이유로 그 후유증의 무게를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박동성 이명이 있으면 무조건 뇌종양을 의심해야 하나요?
A. 박동성 이명 자체가 곧바로 뇌종양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쪽 귀에서만 지속적으로 들리고, 심장 박동과 일치하는 소리가 수개월 이상 이어진다면 이비인후과 진료를 거쳐 두부 MRI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혜민의 경우처럼 이명의 직접 원인이 아닌 다른 이상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Q. 성인 ADHD가 있으면 뇌종양 증상을 놓치기 더 쉬운가요?
A.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두엽 종양이 유발하는 집중력 저하·충동성·감정 기복은 ADHD 증상과 거의 구별이 되지 않습니다. 기존에 진단받은 지병이 있을수록, 증상이 악화할 때 그 지병 탓으로 돌리기 쉬운 진단학적 맹점이 생깁니다. 평소와 다른 양상으로 증상이 심해진다면 전문의와 상담해보시길 권합니다.
Q. 수막종 수술 후 회복 기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A. 종양의 크기, 위치, 수술 후 뇌 부종 정도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혜민처럼 4cm급 종양이 전두엽 운동 피질 근처를 오래 압박한 경우엔 수술 후 발작과 팔 마비로 수개월간 재활이 필요했습니다. 일반적으로 1등급 양성 수막종은 완전 절제 후 예후가 좋은 편이지만, 증식 지수에 따라 재발 모니터링을 평생 이어가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Q. 두개강 내압이 높아지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요?
A. 두개강 내압 상승의 대표적인 증상은 아침에 심한 두통, 구역·구토, 시야 흐림, 그리고 박동성 이명입니다. 이 증상들이 동시에 나타나거나 점점 심해진다면 단순 피로로 넘기지 말고 신경과 또는 신경외과 진료를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혜민의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제가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건 하나입니다. 우리는 늘 앓던 병, 쌓인 피로, 바쁜 일상이라는 편리한 프레임으로 몸의 신호를 먼저 덮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박동성 이명, 이전과 다른 두통, 갑자기 심해진 집중력 저하 —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각각 별개의 사소한 증상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체 안에서 일어나는 유기적 저항일 수 있습니다.
'양성'이라는 진단명에 안도하기 전에, 수술 후 재활의 무게를 먼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으시면서 혹시 한쪽 귀에서 심장 박동에 맞춰 뛰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면, 오늘 바로 이비인후과 예약을 잡아보시길 권합니다. 후회를 안고 살아가는 고통이 훨씬 크다는 혜민의 말이, 저에게는 지금도 가장 솔직한 의학적 조언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