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노년 치매 예방 (마이오카인, BDNF, 근력운동)

by insight392766 2026. 8. 28.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걷기만 열심히 하면 노년의 뇌를 지킬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매일 하천변을 부지런히 걸으면서 스스로 건강을 잘 챙기고 있다고 여겼는데, 어느 순간부터 느껴지는 인지적인 허전함이 저를 멈춰 세웠습니다. 걷기로는 채울 수 없는 뭔가가 분명히 있었고, 그 답을 찾다 보니 뜻밖에도 수십 년 전 약수터에서 할아버지가 하시던 그 느린 손짓이 떠올랐습니다.



할아버지의 느린 손짓이 옳았다

어릴 적 가을이 되면 할아버지는 동네 약수터 공원의 운동기구를 붙잡고 천천히 몸을 돌리곤 하셨습니다. 그 모습이 그때의 저에게는 그저 한가로운 소일거리처럼 보였습니다. 숨이 턱끝까지 차올라야 비로소 운동이 된다고 믿었던 젊은 날의 오만함으로, 저는 할아버지의 동작을 내심 우습게 여겼습니다.

세월이 쌓이면서 저도 매일 하천변 걷기를 거르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꾸준히 움직이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이름이 순간 떠오르지 않거나 방금 하려던 일이 스르르 사라지는 경험이 잦아졌습니다. 겉으로는 활력 있게 걷고 있었지만 몸 안의 무언가는 조금씩 비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때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유산소 운동은 심폐 기능을 단련하지만, 뇌와 긴밀하게 소통하는 골격근을 제대로 자극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요. 최근 임상 연구들이 말하는 것도 결국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근력 운동은 단순히 근육을 키우는 행위가 아니라, 뇌를 보호하는 생체 신호를 만들어내는 내분비 활동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요약: 걷기만으로는 뇌에 필요한 생체 신호를 충분히 공급하기 어려우며, 골격근을 직접 자극하는 근력 운동이 별도로 필요하다.

마이오카인이 뇌에 도달하는 경로

근육이 수축하고 이완할 때 우리 몸은 마이오카인(Myokine)이라는 세포 신호 물질을 혈액 속으로 내보냅니다. 여기서 마이오카인이란 골격근이 활동할 때 분비되는 단백질성 호르몬으로, 쉽게 말해 근육이 뇌에 보내는 '생존 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이리신(Irisin)과 카텝신 B(Cathepsin B)는 혈뇌장벽(BBB)을 직접 통과합니다. 혈뇌장벽이란 뇌를 외부 유해 물질로부터 보호하는 정교한 필터 구조인데, 마이오카인은 이 장벽을 뚫고 들어가 신경세포에 직접 자극을 전달합니다. 제가 처음 이 내용을 접했을 때, 근육이 내분비 기관이라는 표현이 낯설었지만 기전을 이해하고 나니 납득이 갔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이오카인이 뇌 속의 만성 미세 염증을 억제한다는 점입니다.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에는 아밀로이드 베타 같은 독성 단백질의 축적이 관여하는데, 마이오카인은 이 축적을 방해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합니다. 특히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Hippocampus) 부위의 신경세포 사멸을 늦추는 효과가 임상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국제학술지 Geriatrics & Gerontology International에 게재된 연구들이 65세 이상 노인층에서 이 효과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 이리신(Irisin): 혈뇌장벽 투과 후 신경세포 보호 작용
  • 카텝신 B(Cathepsin B): 해마 신경 재생 촉진에 관여
  • 만성 미세 염증 억제: 독성 단백질 축적 환경 차단
  • 해마 신경세포 사멸 방지: 기억력 보호 기반 마련
요약: 근력 운동 중 분비되는 마이오카인은 혈뇌장벽을 통과해 해마의 염증을 억제하고 신경세포 사멸을 막는 핵심 보호 물질이다.

BDNF와 인지 회임 능력의 관계

근력 운동이 뇌에 작용하는 또 다른 핵심 경로는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즉 뇌유래신경영양인자입니다. 여기서 BDNF란 뇌세포의 성장, 분화, 생존을 이끄는 단백질로, 흔히 '뇌 비료'에 비유됩니다. 근육이 충분히 수축하면 이 물질의 발현이 크게 늘어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BDNF가 증가하면 시냅스 가소성(Synaptic Plasticity)이 강화됩니다. 시냅스 가소성이란 뇌세포와 뇌세포 사이의 연결이 더 단단하고 유연하게 재편되는 능력을 말하는데, 이것이 떨어지면 기억을 저장하고 불러오는 기능이 흐릿해집니다. 제가 걷기만 하던 시절 느꼈던 인지적 허전함이 혹시 이것과 관련된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을 정도입니다.

BDNF 증가는 해마의 용적 감소를 늦추는 데도 기여합니다. 나아가 '인지 회임 능력(Cognitive Reserve)'을 키우는 데 관여합니다. 인지 회임 능력이란 뇌의 일부가 손상되더라도 다른 신경 경로를 통해 정상 기능을 유지하려는 뇌의 적응력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뇌가 가진 여분의 버퍼 용량인 셈입니다. Frontiers in Aging Neuroscience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근력 운동을 꾸준히 수행한 집단이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도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유의미하게 느렸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직접 저항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느낀 건, 머릿속이 뚜렷해지는 듯한 감각이 유산소 운동과는 결이 달랐다는 점입니다. 그게 BDNF의 작용인지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몸이 보내는 신호가 달라졌다는 것만은 분명히 느꼈습니다.

요약: 근력 운동이 유발하는 BDNF 증가는 시냅스 가소성을 강화하고 인지 회임 능력을 키워 치매 진행을 늦추는 신경학적 기반을 마련한다.

파크골프채를 잡은 이유, 그리고 한 가지 경고

저는 헬스장의 무거운 중량 기구 앞에서 오래 머물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파크골프를 시작했습니다. 채를 스윙할 때 골격근이 실제로 수축하고, 공의 거리와 방향을 계산하면서 전두엽의 집행 기능(Executive Function)이 자극됩니다. 집행 기능이란 계획 세우기, 판단, 충동 조절처럼 고차원적인 뇌 기능을 총괄하는 능력으로, 노년기에 가장 먼저 흐릿해지는 영역 중 하나입니다.

함께 어울리며 치는 과정에서 사회적 교류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이것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 수치를 낮추고 도파민과 엔도르핀 분비를 끌어올린다는 사실도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혼자 하는 걷기와 달리 누군가와 경기를 하다 보면 고립감 자체가 생길 틈이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짚어두고 싶습니다. 근력 운동이 뇌에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갑자기 무거운 중량에 도전하는 방식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노인이 과도한 저항 운동을 할 때 무의식적으로 숨을 참으며 힘을 쓰는 발살바 호흡(Valsalva Maneuver)이 일어납니다. 여기서 발살바 호흡이란 성문을 닫고 숨을 참은 채로 복압을 높이는 호흡 패턴으로, 흉강 내 압력을 순간적으로 폭발적으로 높입니다. 이 상태에서 뇌혈압 스파이크가 발생하면 노화로 약해진 미세 뇌혈관에 손상을 줄 수 있고, 혈뇌장벽의 투과성이 교란될 위험도 있습니다.

또한 과도한 근력 운동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HPA) 축을 과활성화시켜 코르티솔을 폭발적으로 분비시킵니다. 과도하게 높은 코르티솔은 오히려 해마의 신경세포를 수축시켜 BDNF의 긍정적 효과를 상쇄해버리는 병리적 역설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제가 파크골프처럼 저강도에서 중강도 사이의 복합 운동을 선택한 것은 이런 위험을 피하면서도 마이오카인과 BDNF 분비를 자극하는 균형점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요약: 뇌 건강을 위한 근력 운동은 적정 강도가 핵심이며, 과도한 고강도 운동은 오히려 코르티솔 급증과 미세 뇌혈관 손상이라는 역설적 위험을 부른다.

자주 묻는 질문

Q. 걷기만 해도 치매 예방에 충분하지 않나요?

A. 걷기는 심폐 기능 유지에는 효과적이지만, 마이오카인과 BDNF 분비를 충분히 자극하려면 골격근을 직접 수축시키는 저항성 운동이 별도로 필요합니다. 제가 매일 열심히 걸으면서도 인지적 허전함을 느꼈던 경험이 이를 반증합니다. 걷기는 기초, 근력 자극은 그 위에 쌓는 층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Q. 노인도 헬스장에서 무거운 중량을 들어야 효과가 있나요?

A. 무거운 중량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발살바 호흡으로 인한 뇌혈압 스파이크와 코르티솔 과다 분비는 해마 신경세포를 손상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저강도에서 중강도 사이의 저항 운동, 혹은 파크골프·게이트볼처럼 근육 조절과 인지 자극을 함께 요구하는 복합 운동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선택입니다.


Q. 마이오카인 분비를 위해 얼마나 자주 운동해야 하나요?

A. 임상 연구들은 주 2~3회 이상 근육을 직접 자극하는 운동을 꾸준히 지속한 집단에서 유의미한 효과가 나타났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횟수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성입니다. 제 경험상 매일 조금씩 몸을 움직이는 습관이 일주일에 한 번 무리하는 것보다 훨씬 안정적인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Q. 혼자 하는 운동과 여럿이 함께 하는 운동, 뇌 건강 효과가 다른가요?

A. 차이가 있습니다. 사회적 교류가 동반되는 운동은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고 도파민과 엔도르핀 분비를 함께 자극합니다. 파크골프처럼 여럿이 어울리는 활동은 근육 자극, 인지 자극, 사회적 자극이라는 세 가지를 동시에 충족해서 저는 단독 운동보다 이쪽에 더 비중을 두게 되었습니다.


결론

수십 년 전 약수터에서 할아버지가 천천히 몸을 돌리시던 그 느린 손짓이 사실은 뇌를 지키는 가장 정밀한 동작이었다는 걸, 저는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마이오카인과 BDNF라는 이름을 몰랐을 뿐, 할아버지는 이미 몸으로 그 이치를 알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걷기를 버릴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걷기 하나로 노년의 뇌를 온전히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은 내려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골격근을 정직하게 수축시키고, 사람들과 어울려 머리를 쓰고, 숨을 참지 않는 적정 강도를 지키는 것. 저는 그 조합이 치매 예방이라는 목표에 가장 안전하고 현실적으로 다가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리하지 않되 멈추지도 않는 겸손한 꾸준함이, 결국 뇌가 요구하는 가장 솔직한 답이라는 것을 제 몸으로 배워가고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OuEjdknb00g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