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저는 원인도 모른 채 체중이 빠지고 물을 아무리 마셔도 갈증이 가시지 않는 상태를 그냥 버텼습니다. 피로 때문이겠거니 하고 고카페인 음료로 때웠는데, 어느 날 갑자기 구토와 어지럼증이 몰려오면서 정신을 잃을 뻔했습니다. 그제야 내과 문을 두드렸고, 혈당 수치를 보고 제 스스로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내과는 그렇게, 몸이 무너지기 전에 먼저 알아채는 곳이었습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 항상성이 무너질 때 나타납니다
내과에서 가장 먼저 배운 개념이 바로 항상성(Homeostasis)이었습니다. 항상성이란 체온, 혈당, 혈압, 혈액 산성도 같은 인체의 핵심 수치들이 일정 범위 안에서 유지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사람의 몸은 이 균형이 조금만 무너져도 이상 신호를 보내기 시작하는데, 문제는 그 신호를 많은 사람들이 단순 피로나 스트레스로 오해한다는 점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당화혈색소(HbA1c)가 10%를 넘어섰을 때도 처음엔 그냥 "요즘 많이 피곤한가 보다"라고 넘겼습니다. 당화혈색소란 최근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수준을 반영하는 지표로, 정상 범위는 5.7% 미만입니다. 제 수치가 그 두 배에 가까웠다는 건 이미 꽤 오랜 시간 동안 몸이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는 뜻이었습니다. 원장님은 단순히 약을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제 수면 패턴, 식사 구성, 활동량까지 데이터화하여 인체의 균형을 다시 설계하셨습니다. 그 과정을 직접 겪어보니, 내과가 왜 '의학의 꽃'이라 불리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내과 방문을 미루지 않으시길 권합니다.
-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줄거나 갈증이 심해질 때
- 이유 없는 만성 피로, 두근거림, 숨 가쁨이 반복될 때
- 소화 불량이나 배변 습관의 변화가 계속될 때
- 원인 모를 발열이나 부종이 나타날 때
비침습적 중재술, 칼을 대지 않고도 암을 잘라냅니다
일반적으로 내과는 그냥 약을 처방받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친구 민석에게서 현장 이야기를 듣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현대 내과는 비침습적 중재술(Non-invasive Intervention)의 영역을 빠르게 넓히고 있습니다. 비침습적 중재술이란 피부를 크게 절개하지 않고 카테터, 내시경 같은 도구를 활용해 치료하는 방법을 의미합니다. 과거 흉부외과 수술로만 해결하던 심혈관 문제가 이제는 순환기내과에서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PCI)로 처리됩니다.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이란 손목이나 허벅지 혈관을 통해 가느다란 카테터를 심장까지 밀어 넣고, 막힌 혈관을 뚫은 뒤 스텐트를 삽입하는 시술입니다. 가슴을 열지 않고도 심장 혈관을 치료하는 것입니다.
소화기내과의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ESD)도 마찬가지입니다.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이란 조기 위암이나 대장암이 발견되었을 때 배를 절개하지 않고 내시경 끝에 달린 미세 칼로 종양만 정밀하게 제거하는 고난도 기법입니다. 장기 기능을 온전히 살리면서 암세포만 걷어내는 방식이라, 수술 후 회복 기간도 훨씬 짧습니다. 이런 시술들이 가능해진 건 영상의학 기술과 내과학이 결합한 결과이고, 이 분야에서 국내 의료진의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출처: 대한내과학회).
복합 질환 시대, 내과 전문의가 사령탑 역할을 합니다
민석이 근무하는 내과계 중환자실(MICU)에서는 한 환자에게 여러 분과가 동시에 붙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고혈압에 당뇨가 있고 거기에 신장 기능까지 떨어진 환자라면, 각 약물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전체적으로 조율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내과 전문의입니다.
민석이 한번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가 다장기 부전(MODS) 상태에 빠지면, 혈액종양내과, 감염내과, 순환기내과가 한데 모여 끝장 토론을 벌여. 1cc의 소변량, pH 0.1 차이에 생사가 갈리거든." 다장기 부전이란 두 개 이상의 장기가 동시에 기능을 잃어가는 상태로, 중환자 의학에서 가장 다루기 어려운 상황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국내 65세 이상 고령 환자의 절반 이상이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런 복합 질환 환자일수록 내과 주치의 한 명이 전체 치료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중요한데, 약물 상호작용을 간과하면 치료가 치료를 망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당뇨 관리를 받으면서 원장님이 단순히 혈당약만 조정하는 게 아니라 이미 복용하던 약들과의 조합을 꼼꼼히 살피셨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습니다.
항생제 스튜어드십, 내과학이 지키는 더 넓은 전선
내과의 역할이 개별 환자에만 머문다고 생각하면 절반만 본 것입니다. 감염내과에서는 항생제 스튜어드십(Antibiotic Stewardship)이라는 개념으로 병원 전체의 감염 관리를 맡습니다. 항생제 스튜어드십이란 항생제 내성균의 출현을 막기 위해 항생제의 종류, 용량, 투여 기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말합니다. 그냥 강한 항생제를 쓰면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항생제가 병원균의 최소 억제 농도(MIC)를 넘는 시간을 수학적으로 계산하여 최적의 용량을 설계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많은 분들이 항생제를 처방받으면 증상이 나아지는 순간 끊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내성균을 만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내과 전문의가 처방 기간을 정해주는 데는 이런 정밀한 계산이 들어가 있습니다. 류머티즘내과에서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할 때도 비슷한 논리가 적용됩니다. 생물학적 제제란 TNF-alpha 같은 특정 염증 유발 물질만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항체 단백질로, 면역 체계 전체를 억누르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미세 조정하는 방식입니다. 이처럼 내과학은 단일 환자의 처방을 넘어 더 넓은 공중보건의 균형을 함께 붙잡고 있습니다.
내과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장 많은 것을 지탱합니다. 저는 그 사실을 직접 몸으로 겪고 나서야 알았고, 민석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몸에 애매하게 이상한 느낌이 드는데 어느 과를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내과부터 가십시오. 내과 전문의는 그 모호한 신호 안에서 전신 질환의 단서를 찾아내는 사람들입니다. 6개월의 치료를 마치고 수치가 안정됐을 때 제가 느낀 건 단순한 안도가 아니라, 내 몸에 대한 이해였습니다. 그 이해를 함께 만들어줄 신뢰할 수 있는 내과 주치의 한 명을 곁에 두는 것, 그게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현실적인 건강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으시면 반드시 내과 전문의와 직접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