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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잇살 빼기 (인슐린 저항성, 적응성 열생산, 마이오카인)

by insight392766 2026. 7. 23.

30대 이후 연간 약 1%씩 근육이 줄어든다는 사실, 저는 이 수치를 내과 진료실에서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마흔 줄에 접어든 여름, 예전과 똑같이 먹고 운동했는데 허리춤 위로 둔탁하게 흘러내리는 살집은 줄어들 기미가 없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나잇살을 의지력 문제로 봤는데, 알고 보니 세포 수준의 대사 신호가 고장 난 결과였습니다.



인슐린 저항성과 만성 염증 — 나잇살의 진짜 배후

나잇살의 원인으로 기초대사량 감소와 성호르몬 저하를 꼽는 시각은 분명 틀리지 않습니다. 실제로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줄어들면 복부와 내장 주변에 지방이 집중 축적된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잘 정립된 사실입니다. 그런데 저는 진료를 받으면서 이보다 한 층 더 깊은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바로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입니다. 여기서 인슐린 저항성이란 세포가 인슐린이라는 신호에 둔감해져 혈액 속 포도당을 에너지로 흡수하지 못하고, 결국 그 포도당이 지방으로 전환되어 쌓이는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에너지가 남아서 살이 찌는 게 아니라, 에너지를 세포 안으로 끌어들이지 못해서 살이 찌는 구조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차이가 다이어트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습니다.

여기에 더해 나이가 들면서 지방세포가 염증성 사이토카인(TNF-alpha, IL-6)을 분출하기 시작하면 또 다른 문제가 겹칩니다. 이른바 인플라메이징(Inflammaging)입니다. 인플라메이징이란 노화(Aging)와 만성 저강도 염증(Inflammation)이 결합되어 몸 전체의 대사 효율이 지속적으로 무너지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 악순환 속에서는 아무리 고단백 식단을 챙겨도 근육 합성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안볼릭 저항성(Anabolic Resistance), 즉 단백질을 먹어도 근육이 잘 붙지 않는 현상까지 동반됩니다. 저는 닭가슴살을 꼬박꼬박 먹으면서도 근육이 줄고 지방만 남던 경험이 딱 이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접근 중 하나가 시간제한 식단(Time-Restricted Feeding)입니다. 저는 저녁 7시부터 다음 날 아침 9시까지 14시간 공복을 유지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공복 상태에서는 자가포식(Autophagy)이 활성화됩니다. 자가포식이란 세포가 손상되거나 노화된 내부 성분을 스스로 분해하고 재활용하는 정화 과정으로, 인슐린 수용체의 민감도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무작정 굶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라는 점이 저에게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출처: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 Intermittent Fasting 연구

  • 인슐린 저항성: 포도당을 에너지로 쓰지 못하고 지방으로 저장하는 세포 반응 이상
  • 인플라메이징: 노화와 만성 염증이 맞물려 대사 전반이 무너지는 복합 상태
  • 안볼릭 저항성: 단백질을 섭취해도 근육 합성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상
  • 자가포식: 공복 상태에서 세포가 스스로를 정화하며 인슐린 수용체 민감도를 회복하는 과정
요약: 나잇살의 핵심 배후는 단순한 칼로리 과잉이 아닌 인슐린 저항성과 만성 염증의 복합 고장이며, 14시간 공복의 시간제한 식단이 세포 수준의 민감도를 되살리는 출발점이 됩니다.

적응성 열생산의 역설 — 덜 먹을수록 살이 찌는 이유

저는 처음 다이어트를 시작했을 때 밥을 반 공기로 줄이고 저녁은 닭가슴살 한 조각으로 버텼습니다. 젊을 때 쓰던 방식 그대로였습니다. 일주일이 지나도 체중계 바늘은 꿈쩍도 않았고, 오히려 예민함만 극도로 치솟아 가족들에게 날카로운 말을 쏟아내기 일쑤였습니다. 당시엔 의지력 문제라고 자책했는데, 진료실에서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서야 그것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적응성 열생산(Adaptive Thermogenesis)의 역설입니다. 적응성 열생산이란 섭취 칼로리가 급격히 줄어들면 시상하부가 이를 굶주림 위기로 인식하고, 기초대사량을 오히려 섭취량보다 더 큰 폭으로 낮춰버리는 뇌의 비상 생존 체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적게 먹을수록 몸이 더 아껴 쓰는 체질로 바뀐다는 뜻입니다.

이 과정에서 활성 갑상선 호르몬인 T3 분비가 감소합니다. T3는 체온과 전신 대사 속도를 관장하는 핵심 호르몬인데, 이것이 줄어들면 아주 적은 칼로리조차 지방으로 저장하는 에너지 절약형 체질이 완성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기초대사량이 줄었으니 덜 먹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중년 이후에는 얼마나 먹느냐보다 언제 먹느냐, 그리고 무엇을 먹느냐가 더 결정적이라는 쪽으로 완전히 방향을 바꿨습니다.

운동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무작정 달리는 유산소 운동 대신 스쿼트와 계단 오르기 위주의 저항성 운동으로 전환했습니다. 여기에는 마이오카인(Myokine)이라는 물질이 핵심입니다. 마이오카인이란 근육이 수축할 때 분비되는 항염증성 단백질 물질로, 내장지방을 둘러싼 만성 염증의 고리를 끊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단순 걷기만으로는 이 마이오카인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는다는 점이 제 경험상 체감과도 맞아떨어졌습니다. 두 달을 채우기 전부터 아침에 얼굴에 감돌던 부기가 빠지고 허리 라인이 조금씩 정돈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체중계 숫자보다 몸의 질감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출처: WHO — Obesity and Overweight

복합 탄수화물과 양질의 단백질 중심 식단으로 바꾼 것도 분명한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혈당이 급격하게 출렁이는 것을 막아주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현미와 귀리, 거기에 달걀, 두부, 생선을 골고루 챙기니 거짓 허기짐이 사라졌습니다. 예민함과 짜증이 가라앉은 것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극단적인 단식이 코르티솔을 자극해 폭식을 유도했던 악순환이 끊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요약: 무조건적인 칼로리 절감은 적응성 열생산을 불러 대사를 오히려 망가뜨리며, 저항성 운동으로 마이오카인을 분비시키고 시간과 식품 질을 조정하는 방식이 중년 나잇살에 더 효과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나잇살은 그냥 덜 먹으면 빠지지 않나요?

A. 단순히 덜 먹으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은데, 제 경험상 중년 이후에는 오히려 반대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섭취량을 급격히 줄이면 뇌가 굶주림 위기로 인식해 적응성 열생산 모드가 작동하고, 기초대사량이 더 큰 폭으로 떨어져버립니다. 얼마나 줄이느냐보다 언제, 무엇을 먹느냐를 먼저 조정하는 것이 순서상 맞습니다.


Q. 시간제한 식단, 14시간 공복이 너무 긴 거 아닌가요?

A. 처음에는 저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하지만 저녁 7시에 식사를 마치고 다음 날 아침 9시에 첫 끼를 먹는 방식이면 수면 시간이 대부분을 차지해서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공복 상태에서 자가포식이 활성화되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는데, 개인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무리하게 시작하기보다 12시간부터 늘려가는 방식을 권합니다.


Q. 걷기 운동만으로는 나잇살이 안 빠지나요?

A. 걷기가 효과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나잇살에 깊이 관여하는 내장 염증을 직접 공략하려면 마이오카인 분비가 중요한데, 이것은 하체 대근육을 강하게 수축시키는 저항성 운동에서 더 잘 분비됩니다. 저는 걷기에 스쿼트와 계단 오르기를 병행했고, 허리 라인이 달라지는 체감은 저항성 운동을 추가한 이후부터였습니다.


Q. 나잇살 빠지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A. 의학적으로 권장되는 속도는 6개월 동안 현재 체중의 약 10%를 감량하는 것입니다. 이보다 빠른 감량을 시도하면 앞서 말한 적응성 열생산이 작동해 근육이 먼저 빠지고 지방은 남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제가 두 달을 보내며 느낀 건 체중보다 몸의 질감과 컨디션이 먼저 바뀐다는 것이었습니다. 숫자에만 집착하지 않는 것이 실제로 도움이 됩니다.


결론

나잇살은 나이 탓도, 게으름 탓도 아니었습니다. 저는 젊을 때 통하던 방식을 그대로 들이밀다가 몸의 대사 신호를 더 망가뜨리는 실수를 먼저 저질렀습니다. 인슐린 저항성과 인플라메이징이라는 세포 수준의 교란을 이해하고 나서야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핵심은 칼로리 숫자를 줄이는 싸움이 아니라, 망가진 대사 신호를 재부팅하는 과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14시간 공복으로 세포에 회복의 시간을 주고, 현미·통곡물·단백질로 혈당을 안정시키고, 스쿼트와 계단으로 마이오카인을 분비시키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질 때 몸은 조용히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극적인 숫자 변화보다 아침의 부기가 사라지고 옷핏이 편안해지는 변화가 먼저였고, 그것이 저를 계속하게 만든 동력이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hZlbNVR6P6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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