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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통 (DOMS, 근막동통증후군, 횡문근융해증)

by insight392766 2026. 4. 10.

계단을 내려가다 다리가 풀리고, 머리를 감으려 팔을 들었더니 전기가 오는 것 같던 그 느낌. 운동 좀 해본 분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장면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10년 동안 그 통증을 훈장처럼 달고 살다가, 어느 순간 몸이 보내는 신호가 단순한 성장통이 아닐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알이 배긴다는 게 사실은 무슨 의미인가

처음 헬스장에 다니기 시작했을 때, 저는 통증이 없으면 운동을 제대로 한 것이 아니라고 믿었습니다. 운동 다음 날이나 이틀 뒤쯤 찾아오는 그 묵직하고 당기는 통증을 체크포인트처럼 여겼죠.

 

이것이 바로 지연성 근육통(DOMS, Delayed Onset Muscle Soreness)입니다. 여기서 DOMS란 운동 직후가 아니라 24~48시간 후에 통증이 절정에 달하는 현상으로, 근섬유가 미세하게 파열된 후 복구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적절한 휴식이 뒤따르면 근육이 성장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제가 그 '적절한 휴식'을 한 번도 제대로 지킨 적이 없었다는 겁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무리한 스쾃를 하면 이틀이 아니라 나흘, 닷새까지도 통증이 이어집니다. 몸의 회복 속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실감할 때마다 조금씩 겸손해졌습니다.

 

직장 동료 민석 씨 이야기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개발자인 그는 하루 10시간 이상 모니터 앞에 앉아 거북목 자세로 일하다가, 어느 날 팔 끝까지 저려오는 통증에 마우스조차 잡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담이 걸린 게 아니었습니다. 진단명은 근막동통증후군(Myofascial Pain Syndrome)이었습니다. 여기서 근막동통증후군이란 근육 내부에 딱딱한 통증 유발점(Trigger Point)이 형성되어 해당 부위뿐 아니라 주변 신경까지 압박하면서 연관통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합니다. 민석 씨는 결국 그 뭉친 부위에 직접 바늘을 꽂는 트리거 포인트 주사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참고 참다가 신경계까지 번진 경우였습니다.

근육통 약, 정말 믿어도 되는 것이었나

제 친구 준호는 근육통 약을 먹는 게 습관이었습니다. 헬스를 오래 한 사람답게 근육이완제와 진통제가 섞인 혼합제제를 당연하게 챙겨 먹었는데, 어느 날 식약처가 클로르족사존 250mg과 아세트아미노펜 300mg 혼합제제에 대해 유효성 입증 미비 판정을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적지 않게 흔들렸습니다.

 

준호가 "그럼 내가 그동안 먹은 건 플라세보였단 말이야?"라고 허탈해하던 표정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이 혼합제제는 사실 한국에서만 독특하게 허가되어 유통되어 왔던 것으로, 임상적 실익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그렇다고 약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부프로펜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여기서 NSAIDs란 염증을 유발하는 프로스타글란딘 합성을 억제하여 통증과 부기를 동시에 줄여주는 약물 계열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낫는다고들 하는데, 사실 만성적인 통증 신호가 오래 지속되면 척수와 뇌의 신경세포가 그 신호에 과민하게 반응하도록 구조가 바뀌는 '중추 감작(Central Sensitization)' 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중추 감작이란 실제 근육의 염증이 사라진 뒤에도 뇌가 해당 부위를 여전히 아프다고 인식하는, 말하자면 통증의 기억이 신경계에 각인되는 현상입니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단순 휴식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단계가 옵니다. 제 경험상 이 단계를 예방하는 것이 치료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더 극단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고강도 운동으로 근육 세포가 대량 파괴되면, 세포 내 단백질인 미오글로빈(Myoglobin)이 혈액으로 쏟아져 나오는 횡문근융해증(Rhabdomyolysis)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횡문근융해증이란 괴사한 근육 세포의 내용물이 혈류로 흘러들어 신장의 미세 필터를 막고 급성 신부전을 일으킬 수 있는 응급 상태를 말합니다. 소변 색이 콜라색이나 진한 갈색으로 변한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10년을 겪고 나서야 바꾼 것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몸을 혹독하게 다루는 것이 성실함인 줄 알았는데, 돌아보면 그건 그냥 무지였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통증을 참으며 운동을 강행하는 것과 몸과 대화하며 운동하는 것은 10년 후에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지금 제가 실천하는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운동 후 48시간 이내에는 냉찜질로 염증 반응을 억제하고, 그 이후의 만성적인 뭉침에는 온찜질로 혈액순환을 돕는다.
  • 전해질이 포함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한다. 체내 전해질 불균형은 근육 경련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 폼롤러로 매일 근막을 정리하는 시간을 확보한다. 근막(Fascia)이란 근육을 감싸는 결합 조직으로, 이것이 경직되면 혈류가 막히고 통증 유발점이 형성되기 쉽다.
  • 통증이 일주일 이상 이어지거나 감각 이상이 동반될 경우 전문가 진료를 받는다.

운동 후 회복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은 대한스포츠의학회에서도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습니다(출처: 대한스포츠의학회).


근육통은 없애야 할 적이 아니라 해석해야 할 신호입니다. 가볍게 알이 배긴 것이라면 몸이 새 조직을 만드는 중이라는 뜻이고, 민석 씨처럼 자세가 굳어서 오는 만성적 통증이라면 생활 패턴 전체를 돌아봐야 한다는 경고입니다. 제 10년이 조금이라도 참고가 된다면, 오늘 밤 뭉친 어깨에 온찜질 하나 올려두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심각할 경우 반드시 전문가의 진료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IPaEkbUGZX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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