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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학과 (만성질환 관리, 다약제 복용, 주치의)

by insight392766 2026. 4. 16.

몸이 어디가 안 좋은지 정확히 모르겠는데 어딘가 계속 불편한 느낌, 다들 한 번쯤 겪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서른 중반 어느 날, 아침마다 손발이 붓고 점심 이후에는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집중이 안 되는 상태가 이어졌습니다. 결국 집 앞 가정의학과 문을 두드렸고, 그곳에서 제 삶의 궤도를 완전히 다시 설정하게 되었습니다.

만성질환 관리, 수치가 말해주는 것들

혹시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고 "정상 범위 내"라는 문구 하나만 믿고 서랍에 넣어둔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가정의학과에서 처음으로 종합 혈액 대사 지표(Comprehensive Metabolic Panel) 검사를 받았을 때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여기서 종합 혈액 대사 지표란 혈당, 간 기능, 신장 기능, 전해질 등을 한꺼번에 측정해 몸 전체의 대사 상태를 한눈에 파악하는 혈액 검사입니다.

 

저의 당화혈색소(HbA1c)는 6.3%였습니다. 당화혈색소란 최근 3개월간의 평균 혈당 수준을 반영하는 수치로, 5.7% 미만이 정상인데 저는 당뇨 확정 기준인 6.5%의 바로 직전 단계인 당뇨 전단계(Prediabetes)에 해당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 것도 즐기지 않고, 체중도 정상 범위였거든요. 원장님은 이 수치가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지금 당장 생활 습관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골든 타임이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고감도 C-반응성 단백(hs-CRP) 수치가 3.5mg/L로 나왔습니다. hs-CRP란 몸속에 만성 염증이 진행 중일 때 상승하는 단백질 수치로, 혈관 질환과 피로의 원인을 추적하는 데 사용됩니다. 수치만 보면 작은 숫자지만, 제 몸속에서 소리 없이 염증 반응이 전신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원장님은 검사 결과를 설명하면서 약을 먼저 꺼내지 않았습니다. 대신 생활 습관 처방전(Lifestyle Prescription)을 제시했습니다. 탄수화물 섭취를 하루 150g 이하로 제한하고, 주 3회 심박수 130 이상을 유지하는 중강도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렇게 3개월을 버텼더니 당화혈색소는 5.7%로 안정화되었고, 염증 지표는 0.8mg/L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매일 납덩이처럼 짓누르던 피로감이 수치가 좋아지는 속도에 맞춰 함께 사라졌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당뇨 전단계 성인 중 적극적인 생활 습관 개선을 실천한 경우 5~7년 내 당뇨 발생률을 50% 이상 낮출 수 있습니다(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제 경험상 이건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숫자입니다.

 

가정의학과에서 제가 체감한 가장 큰 차이는 제 수치를 독립된 숫자가 아니라 흐름으로 읽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단일 시점의 결과가 정상 범위 안에 있어도, 수년에 걸친 변동 추이를 보면 위험 신호를 미리 포착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에도 아버지의 뇌졸중 이력과 제 중성지방 수치를 연결해, 일반 검진 센터라면 그냥 통과시킬 수치에 즉각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려주었습니다.

다약제 복용과 주치의가 만드는 진짜 건강 관리

혹시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이 여러 병원을 다니며 서로 다른 약을 한 봉지씩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본 적 있으신가요? 제 사촌 언니 혜진은 이 가정의학과에서 7년째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는데, 언니에게 들은 이야기는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어르신 환자 중 3개 이상의 병원에서 각각 약을 처방받아 동시에 복용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는 것입니다. 이를 다약제 복용(Polypharmacy)이라고 합니다. 다약제 복용이란 여러 의료 기관에서 처방받은 5개 이상의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상태를 말하며, 약물 상호작용으로 인한 부작용 위험이 급격히 높아집니다. 언니 말로는, 약 성분을 하나하나 대조해 보면 중복되거나 서로 충돌하는 약물이 전체의 30%를 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정의학과가 하는 역할이 바로 처방 정리(Deprescribing)입니다. 처방 정리란 불필요하거나 효능이 상충하는 약물을 의학적 판단에 따라 안전하게 중단시키는 과정으로, 약을 줄이는 것 자체가 하나의 치료 행위가 됩니다. 언니가 직접 목격한 사례 중에는 혈압이 160/100mmHg에서 내려오지 않던 어르신이 약을 늘리는 대신 상담과 심리적 개입만으로 125/80mmHg까지 회복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약봉지가 아니라 삶의 맥락을 읽어낸 덕분이었습니다.

 

가정의학과가 주치의 역할을 할 때 발휘되는 힘은 이런 부분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가정의학과 주치의를 두면 얻을 수 있는 핵심 이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여러 과에서 받은 처방을 한 의사가 통합 검토하여 약물 충돌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 단일 시점 검사가 아닌 생애 주기 데이터 축적으로 조기 이상 징후 포착이 가능합니다.
  • 환자의 가족력, 생활 습관, 심리 상태까지 고려한 전인적 진료(Holistic Care)가 이루어집니다.
  • 상급 병원이나 세부 전문의 연결이 필요할 때 불필요한 시간 낭비 없이 최적 경로를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가정의학과는 아플 때만 가는 곳이 아니라는 걸 몸으로 익혔습니다. 결과지 한 장을 들고 "이게 뭔가요?" 하고 물어봐도 될 만큼 문턱이 낮고, 그 안에서 오가는 대화의 깊이는 생각보다 훨씬 두텁습니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료비 지출 중 불필요한 검사와 중복 투약에 의한 낭비 규모가 상당한 수준이며, 일차 의료(Primary Care) 강화를 통해 이를 줄이는 것이 국가 보건 정책의 핵심 과제로 제시되어 있습니다(출처: 보건복지부).

 

건강 관리의 출발은 거창한 종합 검진보다 나를 꾸준히 기억해 주는 의사 한 명을 갖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그 역할을 가장 잘해주는 곳이 동네 가정의학과였습니다.

 

지금 몸이 어딘가 미묘하게 불편하지만 어느 과에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단 가정의학과에 가보시길 권합니다. 수치로 표현되지 않는 불편함도 데이터로 만들어주는 곳이 바로 그곳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건강 문제는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직접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KXEkaWxGi3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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